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게 뭐냐고. 가능하다면 「아기의 해맑은 눈동자」가 가지고 싶다는 대답을 한 적이 있다.
아기들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맑디맑은 호수와도 같고 하얀 눈처럼 시리도록 순결한 순수함이 가슴까지 전해지곤 한다.
버스 안에서 엄마 등에 업혀 있는 아기의 눈과 마주치면 아기는 처음 보는 나에게 해맑은 미소를 보내고 아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친구가 된다.
몇 번 주고받는 눈빛 속에서 피곤이 가시고 아기의 순수함이 내 마음에 전해진 탓인지 혼자 길을 가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가 머금어진다.
누구나 어릴 때는 저토록 깨끗한 눈빛을 가졌을 텐데, 지나온 세월이 온통 호수를 오염시킨 탓일까? 어른들의 눈빛 속에서는 순수함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어느 날 6∼7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지나가는 나를 보더니『엄마, 엄마, 예수님이야 저기 예수님이지』라고 말했다. 내 이름이 『제수이나」 예수님의 이름이니까 예수님은 예수님이지 뭐 예수님처럼 살지 못해서 그렇지 나는 예수님이야』라며 나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다.
또 어떤 아이는 지나가는 나를 보고 『하느님이다』라고도 하고, 때로는 천사라고도 하고, 베일을 쓴 내 모습을 보고 자기 엄마에게 『엄마 저 아줌마 공주님이야』하고 묻기도 한다.
아이들 때문에 나는 하느님도 되고 예수님도 되고 천사도 되고 공주님도 된다. 곰곰히 묵상해 보면 정말 나는 또 하나의 예수님이고,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내 안에 내주(內主)해 계시기에 어쩌면 나 자신이 하느님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하느님이 나를 하느님이라고 인정해 주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나의 존재의 가치성을 재발견하고 인식하기도 전에 지나가는 아이가 나의 정체성을 가르쳐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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