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본격적으로 가열되고 있는 생명윤리 논쟁은 현대사회가 교회에 부과한 가장 큰 과제이며 도전이다. 과거 한국 천주교회가 예언자적 소명에 충실하게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어 정의구현에 앞장섰다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큰 예언자적 소명 중 하나는 생명 문화의 수호와 건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잇달아 불거진 몇 가지 문제들이 생명윤리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 하나가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이다. 이 문건은 소극적 안락사를 비롯해 낙태, 대리모, 생명복제 등 아주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 대체로 허용하는 입장을 표시함으로써 반생명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는 이에 대해 신속한 대응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5월 26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아울러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와 공동으로 5월 3일 합동회의를 개최, 23일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해 종교계의 확고한 입장을 피력할 생각이다.
이처럼 생명윤리 논쟁이 급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또 한가지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유전자 조작에 의해 세 사람의 유전자를 지닌 아기가 탄생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모 산부인과에서 같은 연구가 이뤄져 그중 3명의 여성이 임신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임신 여성들이 아기를 출산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 출산했을 경우 아기가 세 사람의 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심각한 생명윤리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한 각종 규제 조치를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 과학기술부 산하에 설치된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이다. 각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5월말까지 「생명윤리기본법」(가칭) 시안과 지금까지의 활동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를 과기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법안 시안 작성 결과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공개 토론장이 될 공청회에서는 대개 과학자 대 종교 및 시민단체로 대별되는 두 가지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공청회에는 위원들 외에 윤리신학자인 이동익 신부 등 모두 7명이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는 생명윤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번 공청회에 적극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제출하는 시안은 추후 관계법의 입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고려해 공청회에 적극 참석해서 우리들의 의견을 확고하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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