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와 관련해 주교회의 차원에서 일본 총리와 일본 주교회의에 성명과 서한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다소간 늦은 감이 있기는 하더라도 매우 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실상 지금까지의 일본 정부의 행태로 보아서 교과서 왜곡 내용을 수정하는 문제가 그리 수월치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4일 패전 기념일인 8월 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총리로서 공식 참배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다나카 마키코 외상은 이번 교과서 검정이 검정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이뤄졌다고 말해 취임 직후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을 간접 비난하던 입장을 후퇴시켰다. 도야마 아쓰코 문부과학상은 한국의 교과서 재수정 요구에 대해 『잘못된 기재 말고는 정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검토위원회」를 설치해 재수정 요구 대상인 35개 항목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지만 교과서 검정심의위원들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과연 일본측이 한국의 요구에 대해 성의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일본의 역사 왜곡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튀어나오는 일본 정계 고위 인사들의 이른바 「망언」들은 결코 우연이나 단순한 망발의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의도적일 뿐만 아니라 어찌 보면 매우 계획적이라는 느낌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측의 의도 자체가 지속적인 의도성을 지니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번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 자체도 역시 정밀해야 하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 정부에 성명서를 전달키로 한 이번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역시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상임위는 성명서 발표와 서한 전달이 당장 화급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즉각적 조치 외에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우리는 이러한 견해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수준에서 한국과 일본 교회의 연대와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 주교회의 및 각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가 긴밀한 연대 활동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한일 주교 교류 모임이나 청소년 교류 모임은 이미 횟수를 거듭하면서 성숙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양국의 역사 인식과 올바른 이해를 위해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동안의 성과를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양국의 역사 문제를 연구하고 이해를 나눌 수 있도록 발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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