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에서 기도생활은 아침 묵상과 성무일도, 미사로 시작해 일을 하면서도 시간 시간마다 여러 기도문들을 바치는 기도로 이어지는 생활이다. 이런 기도 생활을 10여년 넘게 단련해온터라 기도서을 보지 않고도 기도가 입에서 줄줄 나온다.
하루는 혼자서 일을 하면서 성가도 부르고 입만 열면 줄줄 나오는 기도문을 소리 내어 바치고 있는데, 내면에서 『그것은 기도가 아니다』라는 은은한 타이름이 온 마음을 지배하며 입에서 하고 있던 기도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던 사건이 있었다.
그 날로부터 나는 그럼 무엇이 진정한 기도일까? 되물으며 2년을 넘게 진정한 기도를 찾아 헤맨 적이 있었다. 기도를 찾아 헤매면서 생각해보니, 그 동안 내가 한 기도들은 마치 길거리에서 들어주는 이 없이 하루종일 돌고 도는 노래 테이프처럼 마음이 들어 있지 않은 빈소리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기도문 그 자체를 두고 『그것은 기도가 아니다』라고 했겠는가? 단지 그 아름다운 기도문을 바치면서도 지금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이 없고 마음이 없는 소리들로만 가득 찬 나의 기도 자세를 두고 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사건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만일 누군가 내 앞에서 하루종일 마음에도 없는 빈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면 나는 아마 당장에 속 터지는 소리 그만하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안에 진정 살아 계신 주님은 오랫동안 인내롭게 참아 주셨다. 주님은 기도를 통해 나와 마음의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분의 이름 하나로도 하루종일 가득한 그리움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님은 진정 살아 계신 분이시기에 이제 그만 그분을 속 터지게 하는 기도는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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