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 사도직을 첫 번째 사명으로 수행하는 수녀회라 24시간 모든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성체조배를 한다.
열심히 단잠을 자고 있는 밤에도 누군가는 세상을 위해 깨어 기도한다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 또 밤마다 일어나는 해프닝들이 웃음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밤 시간에는 두 명씩 한시간 반을 조배하면서 다음 사람을 깨우러 가는데 쌔근쌔근 잠자고 있는 수녀님 귀에다 『스승 예수님께서 수녀님을 부르십니다』라고 깨울라치면 참 미안할 때도 있다.
한 번은 다음 시간에 성체조배 할 수녀님을 분명히 깨우고 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침실에 들어가 보니 침대에 일어나 앉은 채로 자고 있었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스승 예수님께서 수녀님을 한참 기다리십니다』라고 다시 깨우면 수녀님은 졸린 눈을 반쯤 뜨고는 『왜』라고 묻는다. 『그만 일어나. 예수님이 빨리 오래』.
성체 앞에 나아가 『예수님! 예수님이 정말 성체 안에 계시지 않는다면 이 깊은 밤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기도하는 우리의 행위는 얼마나 어리석은 짓입니까? 그러나 주님은 하얀 밀떡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무시길 원하셨기에 그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며 주님 앞에 와 있는 이 시간은 정말 소중합니다. 예수님! 볼 수 없는 당신이지만 그래도 저를 기다리고 계신 당신 앞을 찾아간다는 설레임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라는 은밀한 사랑의 고백도 드려 본다.
성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가르침이 무슨 뜻인지 머리로는 알아듣지만, 마음으로 알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박하고 작은 믿음의 등불을 들고 오늘도 그분 앞에 머무는 자들의 발걸음은 성체 안에 계신 그분이 바로 살아 계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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