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뉴욕에서「UNO의 북경-5」만남이 이루어졌고, 지난 5년 동안의 지구촌 안에 여성지위와 관련해서 검증된 결론은 여성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었으며, 거기서 진지하게 거론된 주제는 21세기를 향한 『2000년 여성』, 성별, 평등, 발전 그리고 평화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1월 3일 신년사에서 여성부 신설을 발표하였다. 21세기 벽두에 역사적인 여성부가 한국에서 출범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여성부 출범은 지난날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접근방법에서 한시적인 의미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그 방법은 성과 인간성의 관계를 분리시키며, 인류의 보편성 또한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어차피 인간은 남성과 여성의 양성으로 되어있고, 그 양성은 각각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데서 성의 보편성, 즉 인간성을 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성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바로 양성의 특성이다.
지난날은 남성만을 인간으로 대접하고 여성을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았다는 데서, 오늘날은 여성도 인간으로 대접해 달라고 외친 것이 여권신장이었고, 여성의 권익보호에만 편중되다 보니 요즘은 남성의 권익도 상대적으로 박탈되어가고 있다는 우려에서 이제는 남녀 다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건설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길목에 서 있다.
이제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은 무엇보다 남녀의 관계를 윤리적 과제로서 파악하고, 성과 인간성 안에 동등한 비중을 둔, 인문학적 인식에 근거해서 탐구해야 한다. 인문학적 인식에 근거하지 않고 다만 이데올로기적 관심에 근거해서 탐구하게 된다면 결국은 성과 인간성은 실현될 수 없고 파괴될 수밖에 없다.
하여 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집필한 여성백서가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는 없는 일이며,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남녀차별금지에만 초점을 두고 출범한 여성부가 여성권익향상과 남녀의 평등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
정부의 이러한 근시안적 정책은 이데올로기적 성문화를 산술적으로 평등하게 분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으며, 이는 여성의 여론에 밀린 무책임한 정책발상임을 비판받게 된다.
그러나 이왕 국민의 혈세로 여성부를 탄생시켰으니 여성부 장관은 함께 규정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남녀 동반자적 관계를 인간다운 환경으로 만들어 가는데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며, 여성부는 한국여성들이 무엇을 인식하고 또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철학적 윤리적 의식의 바탕에 두고 21세기의 가정, 사회, 국가 세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영원성을 추구하도록 여성교육의 방향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여성상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고대 로마제국의 총독 빌라도가 예수를 심문하면서 던진 『무엇이 진리인가?』라는 이 물음은 학문적 실망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실망으로서 오늘의 한국여성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의 이 세상 안에서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가 궁핍에 허덕인다면 이제 여성도 함께 고통을 동반해야 한다. 비록 여성의 정치적 세계관이 남성에 비해 약하다할지라도 여성의 운명은 가정과 국가의 운명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여성은 국가를 향해 마음을 열 뿐만 아니라, 절대자를 향해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그러한 여성은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되돌리는 가정관과 국가관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한 가정관과 국가관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 여성은 먼저 자기자신으로 돌아가 자신의 상황을 확실히 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자기 자신 안에서 삶의 중심을 발견해야하고 그리고 그 중심 안에 자기 자신을 비우는 여유를 연습해야 한다.
오늘날은 여성을 단순히 어머니로 돌아가는 것으로 명하지 않는다. 보다 전체적인 인간이 되는 것으로 그리고 여성으로서 또 전인으로서의 완전한 어머니이기를 바란다. 이러한 여성은 새로운 어머니가 되는 것이라기보다 진리에 도달한 어머니이다.
여성이 어떤 구조 속에 살아간다 할지라도 폐쇄되지 않고, 고통의 길을 체험하면서 자신을 진리에로 개방한다면 모성은 참된 인간성으로 태어나게 된다.
참된 인간성으로 다시 태어날 때, 여성은 만인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랑 그리고 『아닌 것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립성, 즉 동정성을 발휘하게 된다. 이러한 동정성은 여성의 존재성으로서 구약성서 안의 시온의 딸을 의미하며, 신약성서 안의 그리스도 어머니 마리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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