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참 저자 성령이 오시는 날, 우리말로 된 최초의 완역 신약성서 주해서가 출간된다. 국내 저명 성서학자들이 대거 참여 연구를 분담하고 36차의 독해를 거쳐 27권 전권을 그리이스어 원문에 따른 적합하고 쉬운 번역과 상세한 주해 그리고 편집·출판 등을 하느라 장장 27년이 소요된 후 출간됐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장익 주교는 『그동안 우리나라 교회는 성서원문에 더욱 충실한 번역본, 그리고 하느님 말씀의 더 깊은 이해와 그리스도적 삶에 도움이 될 설명이 덧붙여진 번역본을 고대해 왔다』고 말하고 『이제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의 출간으로이러한 갈망의 일부가 채워지게 되었다』고 축하했다.
성서가 번역을 거듭하고 주해가 첨부돼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의미는 시대가 가고 지역이 달라지면 바뀌어져가는 한편 전세계 수많은 성서학자들의 쉼없는 연구로 인해 뜻이 더욱 분명해지고, 단어와 문장사용도 보다 적확하게 표현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 막중한 과업을 베네딕도수도회가 맡은 것은 1935년 한국 주교회의가 성서주역간행 사업을 덕원 베네딕도수도회에 일임, 1941년 「신약 서간·묵시편」을 발간해 한국천주교회가 비로소 한글신약성서 전부를 갖게 되는 이정표를 세운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신약성서 주해」 간행을 축하하면서 우리는 성경을 모르는 것은 하느님을 모르는 것이요(공의회문헌 계시헌장25) 성서를 읽는 것이 구원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엄연한 사실이다.
개신교인들은 새벽에 일어나 상당시간 성서부터 읽는 게 생활화되어 있다. 그런데 가톨릭신자들은 성서를 소지한 이보다 가지고 있지 조차 않은 이가 월등 많다는 통계이고 보니 할 말이 없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아우구스띠노성인을 급전환시킨 것은 성서의 귀절들이었다. 성인은 어느 날 「집어라 들어라 읽어라」는 내적체험을 하고 신약의 로마서 몇 쪽을 읽고 회개, 새롭게 태어났다고 고백했다. 하느님의 백성들이 주해와 함께 성경의 세계로 들어가 말씀의 뜻을 밝히는 것은 하느님을 만나는데 필수적이다. 우리가 하느님을 알아야 하느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우리 천주교신자들은 과거, 성서를 손으로 베껴 배포하고 자주 읽고 묵상, 전국 각지의 수없이 많았던 고문·순교현장에서 당당하게 말씀을 선포했던 신앙인들의 후예다. 현대생활이 복잡다단하다해도 우리는 적어도 이 기회에 신자 가정마다 1권씩 구입, 성서 읽기부터 생활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그리스도를 체험하는 이가 많다면 힘든 일을 해낸 베네딕도수도회·분도출판사 관계자들의 노고는 보람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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