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생명윤리 문제들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반생명적인 의사윤리지침이 문제가 됐고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발표와 이에 따른 공청회, 종교계의 연이은 기자회견과 선언문 발표 등이 이어졌다. 신문, 방송 등 언론에는 나름대로 자신들의 시각에 바탕을 두고 생명과학과 생명윤리 문제들을 보도하고 있다.
우리는 추후 우리나라의 생명윤리 관련 정책들이 입안되는데 있어서 중요한 기점이 되고 있는 지금 가장 핵심적인 사안 가운데 하나인 인간 배아 복제 문제와 관련해 인간 배아 복제와 연구 실험은 전면 금지돼야 함을 천명한다.
우리는 현재의 생명과학계의 주장이 상당 부분 정치적, 경제적 논리에 바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많은 경우 과장된 것이라고 믿는다.
생명과학계와 재계는 인간 배아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선진국에서도 대체로 폭넓게 허용하는 추세이며 만약 우리나라가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인간 배아 복제를 금지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선진국 중에서 인간 배아 연구를 허용하는 나라는 영국 호주 등 극소수 국가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 역시 형사 처벌을 부과하는 인간 배아 실험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인간 배아 복제 실험 자체가 안고 있는 위험성 역시 이를 금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배아 복제 실험은 안전성이 확립돼 있지 않고 배아간세포는 성체간세포와는 달라 기형화하거나 종양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행해져온 각종 배아 연구와 실험들이 너무나도 무절제하고 혼란스럽게 이뤄져왔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각종 불임 관련 연구소나 클리닉 등에 보관돼 있는 이른바 냉동 「잉여배아」가 무려 80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교회는 인간 생명이 수정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따라서 지금 80만의 생명이 꽁꽁 얼려져 보관돼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생명들은 「바이오 강국」의 꿈을 실현한다는 미명아래 임의로 재단되고 조작되고 결국에는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우리는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이 담은 인간 생명 존엄성의 정신을 존중한다. 하지만 나아가 시안은 모든 인간 배아 복제와 실험을 전면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본다. 인간 생명은 그 자체로 목적이며 어떤 이유로도 수단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은 모두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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