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계 본동성당에서 성모의 밤 행사가 열렸다. 그날 밤 행사동안 성당은 한동안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날 처음 설치된 하얀 대리석의 성모조각상을 본당 신부님이 빵집 아줌마 같다고 소개하셨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모님은 일반적으로 가냘픈 얼굴에 오똑한 콧날과 아름다운 눈매를 한 서구적인 성모님이다.
그런데 이 성당에 모셔진 성모님은 전형적인 한국인의 얼굴로서 서구의 팔등신 미인상이 아니라 퉁퉁한 우리네 여인의 몸매요, 튀어나온 광대뼈와 쌍꺼풀 없는 가는 눈매는 전형적인 한국여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술사를 보면 고대이래 오늘날까지 서구의 위대한 미술가들은 영락없이 성모님을 그리거나 조각했다. 엄격한 신앙의 시대였던 중세기에 제작된 성모님은 천주의 모친으로서 신성(神性)이 강조된 엄격한 모습이었다.
이같은 엄격한 성모님 상은 천년이상 지속되다가 15세기 르네상스에 이르러 미술가들은 성모님을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면서도 신성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귀하고 순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성모님 상이 이때 탄생된 것인데, 이 같은 성모님을 그린 미술가들은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미술가였던 라파엘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미켈란젤로였다. 그들이 창조해 낸 성모상은 이후의 미술가들에게 줄곧 영향을 미쳐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그런데 중계 본동에 모셔진 성모님은 지금까지 보와 왔던 성모님과는 완전히 다른 그야말로 동네의 빵집 아줌마 같은 평범한 모습이다. 성모님의 모습이야말로 신자들과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을 때 위대한 미술품으로 남을 수 있을 뿐더러 본래의 종교적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적이기에 당장은 낯선, 투박하고 촌스러우나 진실한 모습의 이 성모님이 앞으로 신자들의 마음 속에 어떻게 새겨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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