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언제나 새로워져야 한다. 교회는 그 안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고 있지만 그 진리를 선포하고 증거하는 일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우리는 2000년 교회의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보편교회는 지난해 제삼천년기를 여는 해를 대희년으로 기념했다. 대희년 기간 동안 가장 뜻 깊은 사건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온 세상과 역사 앞에 교회의 구성원들이 머리를 조아려 용서를 청했던 쇄신과 화해의 노력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발했던 죄의 고백과 용서의 청원은 지난 천년기 교회의 기억을 정화함으로써 하느님과 세상을 향한 교회의 참된 쇄신과 화해의 의지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보편교회의 이러한 뜻에 따라 대림 첫 주일에 맞춰 200년 남짓한 한국교회의 역사에서 한국교회의 구성원들이 그 복음적인 소명에 충실하지 못했던 점들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했다. 한국 주교회의가 발표한 과거사 반성 문건 「쇄신과 화해」가 바로 그것이다.
이 문건의 발표와 용서 청원이 있자 언론과 여론은 단 한사람도 스스로 책임을지지 않는 우리 사회 풍토 안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내 탓이요 고백은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이 사실이다.
반면 고백의 구체성과 수준을 문제 삼아 부정적인 시각을 표시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역사적 사실들이 양면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당대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처해 있지 않은 후손들이 선대의 역사적 과오들을 평가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교회의 구성원들 역시 역사와 사회적 조건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로 결코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어려움은 당연한 것이다. 어쨋든 우리는 여기서 꼭 한가지 짚어볼 것이 있다. 과연 우리 모두는 이 문건이 포함하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아울러 과연 얼마나 이 문건에서 고백하고 있는 내용과 정신을 우리 삶 안에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먼저 반성해볼 일이다.
주교회의 산하 한국사목연구소가 6월 9일 개최한 「한국 천주교회사의 성찰과 전망」세 번째 심포지엄은 바로 「쇄신과 화해」가 일회적인 행사로 머물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된다. 이 자리에서 주교회의 의장 박정일 주교는 『실천을 위해서는 구체적 방향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반성하는 일은 그것이 미래를 위한 새로운 변모, 즉 쇄신을 향한 것일 때에 그 참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한 노력은 삶 속에서 일관성과 구체성을 지닌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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