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1년 교황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시스틴 경당에 미켈란젤로가 5년여에 걸쳐 제작한 벽화 「최후의 심판」이 공개됐다.
작품이 공개되자 로마시가 발칵 뒤집혔다. 이 그림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였기 때문이었다. 모두 400여명의 나체가 등장하는데 그들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를 비롯한 성인들과 천사들 그리고 죽은 영혼들이다.
그 놀라움의 와중에 사람들은 두 파로 나뉘었다. 하나는 미켈란젤로의 과감하고도 놀라운 인체묘사에 찬사를 아끼지 않은 지지자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천사와 성인들을 알몸으로 그린 것은 외설이며 신성모독이니 작품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반대자들이었다.
당장 이 작품을 파괴해야 한다는 과격파들의 의견이 힘을 더해갔지만 작가의 예술성을 지켜주고자 하는 옹호자들의 의견 역시 만만치 않아서 결국 나체의 중요한 부분을 덫칠을 하는 정도로 합의를 보아 이 걸작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상상력을 예술로 승화시킨 미켈란젤로의 예술혼, 그의 예술이 자랄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은 교황 바오로 4세와 후원자들, 이 걸작이 파괴되지 않도록 지켜준 후대의 애호가들, 이것이 바로 이탈리아를 문화대국으로 만든 원천이다.
미켈란젤로의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450년 전의 일이다. 작품이 외설시비에 말려 급기야 법정까지 서게 된 만화가 이현세씨가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보도를 접했다. 작가의 작품은 결코 법정에서의 판결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예술가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쏟아부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후대에 전해질 걸작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예술인지 상업성을 노린 삼류 외설인지에 대한 심판은 관객과 독자에게 맡기자. 우리 사회의 성숙성을 믿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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