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유스데이를 맞아 민박봉사할 가정은 신청하라는 말을 여러번 들으면서도 그냥 들어 넘겼다.
그러다 본당 신부님께서 다급한 어조로 손바닥만한 마루라도 있는 집이면 인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해달라고 말씀하셔서 우린 다시 한번 가족회의를 열었다.
4년전 파리 세계청년대회때 참석해서 고생한 딸애들이 그때 생각을 하며 적극 찬성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토론토에서 이런 세계대회가 열리려면 아마도 많은 시간이 지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우린 능력도 생각하지 않고 가능한 많은 인원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인천교구에서 온 학생 12명이 우리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20대의 싱그러운 젊은이들이었다.
『우리가 열두 사도? 그럼 누가 유다지?』
학생들은 서로 유다가 아니라고 하면서 깔깔 웃더니 그럼 모두 예수님을 하기로 했다. 신부님 말씀도 그들을 예수님 모시듯 하라고 하셨으니.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식사준비를 하는데 조금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산더미 같은 빨래를 하는 것도 그저 신나기만 했고, 비좁은 식탁에 12명이 부대끼고 앉아 빵을 나누어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학생들은 몬트리얼에 다녀오더니 까맣게 탄 얼굴로 『어휴, 이제 우리집에 온 것 같아요』라며 기뻐했다.
그들은 종달새처럼 매일 매일 새로운 얘기거리들을 물고 와서 들려주었다. 거기서 우린 보았다.
밝고 자신있고 생동하는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게다가 신앙으로 무장된 젊은이들의 모습을…. 우리나라의 앞날이 밝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 날 밤새고 철야하며 교황님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온 이들의 모습은 비맞은 피곤함도 없고, 미사에 맞춰 날이 활짝 개었다며 하나같이 환한 빛 속에 있는 모습들이었다.
이들은 돌아가서 분명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 아무리 혼탁한 물만 흐르는 강이라도 어느 한구석에서 끊임없이 샘솟고 있는 맑은 물이 있다면 강물은 언젠가는 맑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차량봉사해 주신 교우들, 주방에서 저녁식사 준비하랴 애쓴 교우들과 함께 다시 한번 똘똘 뭉쳐 단합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2002년. 우리 가족은 정녕 예수님을 우리집에 모셨던 것 같은 흐뭇함과 뿌듯함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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