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6·15남북공동선언…. 6월을 보내며 맞는 두 기념일은 「형제」라는, 너무나 쉬워 무감각하게까지 다가오는 말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인 지난 6월 24일, 전국 각 교구가 마련한 기념행사장에서 부딪친 현실은 「형제」라는 말을 가슴에 담고 살아온 이들의 마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지난 1995년 홍수로 떠내려간 산하를 붙들고 울부짖는 북녘의 동포를 향해 사랑의 손길을 뻗친 지 5년여, 뜨겁게 달아올랐던 사랑의 열기가 어느 새 싸늘하게 식어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념행사장을 찾는 신자들의 숫자에서부터 그들이 보여주는 관심은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굳어 있는지를 보여줘 아픔으로까지 다가왔다.
북한과 미국, 어쩌면 우리 민족과 별 관계가 없을 듯한 둘 사이의 일로 함께 얼어붙기 시작한 마음은 오히려 우리의 것이 더 차갑게까지 느껴진다.
이런 현실은 곳곳에 냉정하리 만큼 투영돼 북한 돕기 단체들의 경우 활동이 예년처럼 쉽지 않다고들 한다. 후원 성금도 눈에 띄게 줄고 각 본당이나 단체별로 전개하고 있는 북녘 동포 돕기의 열기도 예전만 같지 않다.
냄비처럼 들끓었다 식어버리는 이런 마음에 '형제'라는 관계를 담을 수 있을까. 선조들의 위대한 신앙유산을 물려받은 후손들의 초라하기 그지없는 믿음, 그것은 아마 우리가 '형제'라는 의식을 망각하면서 하느님을 받아들일 마음조차 이기심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된다.
한민족 뿐 아니라 전세계를 들뜨게 하고 환희에 차게 했던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을 옭아 매오던 분단의 쇠사슬에 금이 가기 시작한 지 1년, 그때의 떨리던 감동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펼쳐졌던 국수나누기, 옥수수보내기, 교황님과 함께 한 단식운동 등 「형제」라는 의식이 바탕이 된 나눔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 감동이 사그라져 가는 오늘, 「형제」 그리고 「형제의 마음」을 새롭게 묵상하게 된다.
그리고 사그라지는 감동과 함께 기억 속에서 스러져가는 「형제」의 현실이 아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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