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윤석 신부는 99년부터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를 7월 2일에 끝내게된다. 종주를 앞두고 인생과 신앙의 여정길과도 같은 백두대간 여정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지난 99년 6월 14일 온양본당 신부 시절, 동생 신부(대전교구 둔포본당 주임 방경석 신부)의 권유로 「작은 차갓재-벌재」 구간부터 시작한 백두대간 산행을 오는 7월 2일 「버리미기재-늘재」를 끝으로 종주를 완료한다.
백두대간이란 지리산 천왕봉부터 시작하여 덕유산-추풍령-속리산-소백산-대관령-한계령-설악산-미시령-진부령-향로봉-금강산-추가령-두류산-마대산-고두산-백두산까지 우리나라 지형의 근간을 이루는 등뼈 부분이며 물을 동해와 서해로 가르는 곳이다. 남한 전 구간의 실제거리는 800㎞쯤 된다. 나는 사정상 구간 종주를 택하였다.
인생길과도 같다
하느님의 작품이 느껴지는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 태고의 신비를 지닌 곳, 사람의 손길이 가장 적게 닿은 곳이다.
국토 사랑의 길이다. 내가 고생하면서 실로 밟아보니 우리 국토를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우러난다. 골재 채취로 산봉우리 전체가 몽땅 없어진 곳이나 인위적으로 파손한 곳을 보면 가슴 아프다.
십자가의 길이다. 배낭을 짊어지고 하루에 8~9시간 정도를 강행군한다. 14시간 구간도 있다. 피와 땀과 먼지로 얼룩진 길. 십자가의 길을 매번 묵상하게 된다. 예수님은 죽음의 길을 가셨지만 나는 죽음의 길은 아니었다.
자신과의 싸움의 길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므로 항상 자신의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 며칠 전부터 술도 끊고 가까운 산행을 해두어야 한다.
인생길과도 같다. 처음부터 목표지점을 뚜렷하게 정해야 한다. 자동차를 옮겨다 놓은 곳이 목표지점이다. 도중 하산은 금물이다. 오로지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인생길처럼 장애물을 수없이 통과해야한다.
인생표지판(부모, 스승, 친구) 잘못만나 인생 길 망친 사람들이 많다. 산행도 표지판을 잘못 읽거나 잘못된 표지판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엉뚱한 길로 빠진다. 잘못된 표지판 때문에 다른 길로 빠지면 큰일이다. 몇 시간의 고생이 물거품되기 때문이다. 이때 엄습하는 불안과 좌절감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인생길은 함께 가는 사람들과의 사랑을 나누는 길이다. 대간도 마찬가지. 일반 등산길에는 장사꾼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도움을 청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간은 다르다. 지나가는 사람도, 인가도 없는 첩첩 산중이다. 내몸 하나 챙기기 어렵지만 함께가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서로가 걱정해야 한다. 쥐가 나면 주물러 주고 다치면 상처를 싸매주어야 한다. 짐을 무거워하면 대신 져 주어야 한다. 서로가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고맙게 느껴진다. 상처주는 말은 절대 금물이다. 서로 사랑의 언어, 위로의 언어, 희망의 언어만을 사용해야 한다. 거의 완벽한 형제애를 실천해야만 하며 또 그렇게 해왔다.
인생길에 필요한 것
우리네 인생 길에도 필요한 것이 많다. 산행 시에도 물, 음식, 방수옷, 밧줄, 손전지 등등.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물이다. 물은 생명수이다.
우리네 인생살이는 뭐 그리 복잡 다단한고? 정작 필요한 것은 오로지 「구원」 한가지 뿐인 것을!
생의 활력소
여러분들도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해 보십시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한 언제까지나 청춘입니다.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은 늘 이상을 높이 세우고 도전의 삶을 영위합니다. 성취동기를 강하게 부여할수록 백두대간은 한낱 산행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생의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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