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왔다.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는 불쾌지수를 끌어올리고 우리의 일상을 짜증나게 한다. 시원한 강가와 바닷가로의 피서가 유혹해댄다. 이런날, 무더위 속에서 신앙 생활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매주일 성당에 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하느님께서는 충분히 기뻐하시리다. 그런 탓인지 성당에 미사에 참례하러 갈 때에도 옷매무새가 흐트러지기 쉽다. 그러나 주일 전례에 참례하는 것은 단순한 참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거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파스카를 실현시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과 일상들을 모두 끌어모아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의 여정에 보탬으로써 우리의 삶의 고단함은 주님의 십자가가 되고 우리 삶의 기쁨은 그분의 부활이 되어 우리의 삶 또한 파스카가 되는 신비에 참여하는 것이 주일 미사인 것이다.
초대교회 때 미사는 하나의 축제였었다. 안식일(토)이나 주일 오전에는 말씀의 전례에 참여하였고 주일 저녁이 되면 만찬의 모임에 참석하여 성찬례를 거행하였다. 그러다가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미사가 되었다. 하느님의 말씀과 이웃과의 통교를 함께 거행하면서 주님께서 이뤄주신 구원의 잔치에 참여함을 기뻐하였다. 당연히 그들의 복장은 축제의 복장이었다. 가장 품위있고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고 미사에 참례하였다.
중세 때부터 죄를 뉘우치는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나감으로써 축제의 복장 대신 참회를 위한 엄숙하고도 경건한 느낌의 복장을 하고 미사에 나가게 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근대를 거쳐 계속 이어져 왔으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시 초대교회의 파스카 정신으로 되돌아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미사참례시 복장도 축제의 복장, 즉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기쁨으로 단장한 모습으로 참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은 급속히 편의주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능률과 실용을 중시하다보니 다른 것들은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은 실생활의 모든 면에서 발견된다. 인스탄트 식품의 범람, 각종 편의점의 홍수, 인터넷의 생활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을 경배하고 그분께 찬미를 드리는 길에는 능률과 실용의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다.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마음과 몸을 다해서 찬미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여름철 노출이 심해지는 계절을 맞아 미사 참례를 할 때 복장은 이러한 마음으로 준비해야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잔치에 참여하는, 기쁨으로 그득한 축제의 마음으로 참여할 때 우리가 드리는 찬미의 제사는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게다가 미사에 참여한 다른 이들에게 분심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지나친 노출은 삼가야 할 것이다.
로마의 4대 성당은 누구나 들어가 보고 싶어하고 원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먼 나라에서 온 순례자 하나가 반바지 차림을 하고 성당에 들어가려다 안내인에게 제지를 당했다. 아주 먼 나라에서 왔으니 한 번 봐달라는 청에 그 문지기 안내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느님 나라는 더 멀리 있지요. 아무리 멀리서 왔다해도 거기에 가려면 제대로 된 옷을 입어야 한답니다』 여름철 더위와 싸우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는 알지만 참된 찬미를 위해서 또 함께 하는 이웃을 위해서 미사에 참례할 때는 정성껏 옷을 입어야하는 것, 아주 작은 일이지만 또한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참고로 로마에서는 슬리퍼, 소매없는 옷, 짧은 반바지를 입고는 성당에 들어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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