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왕복 50킬로 정도의 거리를 차로 출퇴근한다. 늘 다니는 길인지라 과속이나 무리한 운전보다는 차의 흐름을 따라 운전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운전 중에 아찔한 경우를 매일 한 두 차례씩 겪어야 한다. 짧은 구간 내에서 차선을 세 번이나 바꿔야 목적지로 나갈 수가 있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켜면 그 때부터 뒤에 오는 차들이 더욱 속도를 내며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짧은 거리 내에서 차선을 바꾼 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쓴 곡예와 같다.
그러니 무리한 끼어 들기를 할 수밖에. 차선을 꼭 바꿔야 하는 차를 굳이 못 들어오게 한다 해서 목적지를 바꿀 수야 없지 않은가.
이번에는 야비한 사람들 흉 좀 보자. 차들이 한치의 틈도 없이 늘어서 있는데 약간의 틈새를 놓치지 않고 끼어드는 차들이 있다. 겨우 한 대 앞질러서 얼마나 더 빨리 가겠다는 건지.
아줌마 운전자라고 무시하는 건가 싶어 이럴 땐 모욕감과 불쾌감이 느껴진다. 운전을 하다
보면 많은 현대인이 상대를 눌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속 혹은 끼어 들기로 여성, 초보, 소형차 운전자와 같은 약자에게 가해지는 위협은 가히 폭력적이다.
그런데 아뿔싸, 엊그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내고 말았다. 멀쩡히 서 있는 차를 후진 중에 그만 들이받은 것이다.
나도 때로는 과속을 즐겼으며, 1차선에서 느리게 가는 차는 못 봐주겠다는 듯이 추월을 했고, 끼어드는 차는 얌체로 단정하고 양보를 안한 적이 많았다. 그러면 그렇지. 주님께서는 내가 지금까지 한 비난의 대상 속에 바로 나 자신도 끼어 있었음을 알려주신 것이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만이라도 「내 탓이오」스티커를 차 뒤에 붙이고 양보운전, 안전운전을 실천하는 거리의 신사가 되는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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