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은 거창에서 태어난 필자는 유아시절에 할아버지를 따라 논밭에 가서 농사일의 즐거움과 고달픔을 어렴풋이 경험했었다. 열심히 일해서 가을걷이를 하는 기쁨도 잠시, 수확한 곡식을 이리저리 나누고 나면, 3대가 함께 살던 대식구인 우리 가족이 겨우 양식할 정도만 남았다.
당시에는 비싼 비료와 농약을 사용할 형편도 못되었고, 다들 퇴비에 의존해서 농사를 지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비료와 농약을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수확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같은 면적의 논에서 약 3배 가까이 증산을 하게 되었다. 품종을 개량하고 더 좋은 비료와 농약을 치는 등 노력하면 단위면적 당 생산량이 자꾸만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1ha당 생산량이 4.5∼4.7톤에서 머문지 오래되었다. 물대기를 더 잘하고, 더 좋은 비료와 더 강도 높은 농약을 뿌려도 더 이상 증산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증산의 한계상황에 이른 모양이다. 더 이상 비료를 치면, 작물이 더 잘 크기는커녕 역 삼투압 작용에 의해 말라죽고 만다. 해충이 더 이상 없는 데에 농약을 더 쳐봤자, 더 좋은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사람만 잡을 일이다. 그런데 경작지는 자꾸만 잠식되고 있다.
그래서 외국에서 엄청난 양의 곡물을 사다가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 외국에서 곡물을 계속해서 조달할 수 있으려면 두 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는 사올 돈이 있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외국에서 내다 파는 곡물이 있어야 한다. 지난번 IMF 사태 때에 미국으로부터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긴급자금을 지원받아서 위기를 면했었는데, 앞으로 그런 위기가 없어서 곡물을 살 돈은 충분히 있다고 가정하자. 외국에서 우리에게 팔겠다고 곡물을 계속해서 내놓을 것인가에 관해서도 짚어봐야 하는 문제이다.
현재 지구촌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총량은 약 17∼18억 톤이다. 이중의 약 6억 톤 정도가 고기생산을 위해 곡물 사료로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는 사람들이 먹고 있는데, 지구촌에서 식량을 조달하지 못해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수는 해마다 약 1800만 명에 이르고, 약 8억 명이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촌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총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총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여지가 현재 없다. 그런데 인구는 해마다 약 1억씩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곡물시장에 내다 팔려고 내놓는 곡물의 양은 약 2억 톤에 이른다. 그 중 약 1억 톤이 미국시장에서 나오고, 나머지는 캐나다 태국 호주와 다른 여러 나라로부터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곡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으로서 해마다 약 4천만 톤 정도 수입해 간다. 그 다음이 우리나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산 곡물을 외국에 내다 팔던 중국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맬 이유가 없다하여 막대한 양의 곡물을 수입해가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의 수입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날과 같이 곡물을 안정되게 수입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앞으로 5년 뒤에는 어떨까? 아마도 아직 괜찮을는지 모른다. 10년 뒤에는? 글쎄, 좀 어려워질 것 같다. 20년 뒤에는? 모르긴 해도 이대로 나가면 제법 어려워질 것이다. 국내의 생산량은 경작지 잠식에 의해 더욱더 줄어들 것이다.
이 지구촌에서 유일한 생산자인 식물이 행하는 광합성 능력을 인류가 인공으로 해낼 수만 있다면, 식량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에게 문의해 보니, 그게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유전자 변형 식품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우리 모두 아예 입에 대기도 싫어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함께 생각해보자. 재앙을 면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