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장관 한 사람이 아시아의 어느 국가를 방문했다.
방문국 장관의 집에 초대되어 저녁을 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만찬장을 비롯한 장관 관저가 너무나 으리으리했다.
이에 놀란 아프리카의 장관이 물었다. 『당신 봉급으로 어떻게 이런 호화스런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얘기해 줄 수 있겠소?』
아시아 장관은 손님을 창가로 데리고 가더니 멀리 내려다 보이는 다리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저기 저 다리가 보이죠?』 그리고는 손으로 자기 주머니를 가리키더니 『10퍼센트』라고 말했다. 다리 공사비의 10%를 자신이 꿀꺽했다는 얘기였다.
얼마 후 이번에는 아시아 장관이 아프리카의 장관 집에 초대됐다. 그런데 아프리카 장관의 집은 자기 집에 비할 바 없이 초호화판이었다.
이번에는 아시아 장관이 말했다. 『당신 봉급으로 어떻게 이런 고급주택에서 살 수 있는지 얘기 좀 해 주쇼』
아시아 장관을 창가로 데리고 간 아프리카 장관은 저 멀리 지평선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 다리가 보이시오?』 『아무 것도 안보이는데요』 『안보이지요?』 그러더니 이 아프리카의 장관이 말했다. 『1백 퍼센트』다리 공사비 전액을 해먹었기 때문에 다리를 짓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이 농담은 뉴욕타임스의 대기자 토머스 프리드먼이 그의 명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가지』에서 전한 얘기다.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 주변에서 IMF관리들이 후진국 관리들의 부패상을 비웃으며 만들어낸 얘기라고 한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적이 있는 오세응(68)씨가 2일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현역의원 시절이던 94~95년 호텔 건축업자로부터 5,300만원의 뇌물을 받고 호텔 인허가와 차관도입 인가 등에 개입한 혐의가 인정됐다고 한다.
오씨는 1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불구속피고인 신분이었는데, 이날 항소법원인 수원지법 형사합의 1부 판사들이 형령을 높여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3,300만원을 선고하면서 전격 구속한 것이다.
항소법원의 이례적(?) 판결이 최근의 '법대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같아 새삼 주목을 끈다.
나는 오씨가 뇌물수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90년대 중반 워싱턴 주미대사관에 국정감사를 나왔던 그를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워싱턴에서 택시운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다닌 입지전적 인물이다.
『웬만한 미국사람보다 워싱턴 일대를 더 잘안다』며 지난 날의 무용담을 전하던 그에게 존경심까지 같게 됐다.
젊은 날의 「사서 고생」을 밑천으로 국회의원을 지내고 그것도 국회부의장의 자리라는 영예까지 누렸던 그의 추락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칠순을 눈 앞에 둔 나이에 이 무슨 창피인가.
오씨가 법정구속을 당하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신문을 찾아봐도 없다, 아마 그도 다른 정치인들이 그랬듯이 자기가 받은 돈이 「정치자금」이었다고 항변했을 듯 싶다.
억울한 측면도 있을지 모른다. 아무튼 그를 아는 미국사람들은 다시한번 한국이라는 나라가 『아직도 멀었구나』라고 수근대며 비웃을 것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미개국보다 나을 게 없는 부패공화국이라는 믿음을 한층 더 굳히게 될까봐 걱정이다.
몇 해전 영세를 받고 첫 미사를 볼 때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위해 기도합시다』라는 기도권유가 참 이채롭게 느껴졌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이 바르고 깨끗한 정치를 펴서 나라를 올바른 길로 이끌도록 해달라는 기도였는데, 『뭐 저런 기도까지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정치지도자 한 사람의 처신이 국가 신인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같은 기도는 아무리 자주하더라도 괜찮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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