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필자는 장문의 전자서신 한 통을 받았다. 서신을 보낸 분은 희귀성 난치병인 진행성 근이영양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이고, 이 어머니는 그야말로 온갖 고통을 다 이겨가면서 20년 가까이 두 아들의 장애를 돌보아온 훌륭한 어머니이다. 근이영양증이라는 병은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이었기 때문에 두 아들의 장애의 고통을 함께 겪어온 어머니로서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녀의 크나큰 신앙심은 그 큰 고통을 잘 이길 수 있게 도와주었다. 비록 말할 수 없는 비참함과 고통이었지만 가족들은 함께 기도하고 봉사하면서 아들들을 공부시켰고, 그 중 한 아들은 전자계산학 석사학위까지 받고서 취업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편지 내용은 필자를 매우 감동시키기까지 하였다. 근이영양증이라는 병은 희귀난치병으로서 걷거나 움직이는데 있어서 거의 자유롭지 못할 뿐아니라 24시간 환자의 대부분의 행동을 누군가가 도와주어야만 하는 병이기 때문에 이 환자를 받아주는 복지시설이 없고, 따라서 그 가족은 더욱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20년 동안이나 온갖 고통을 무릅쓰고 두 아들의 뒷바라지를 해온 어머니가 필자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오늘날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해 두 아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이 병이 극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필자가 이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배아복제 기술로 인해 난치성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제시되고 있음에도 얼마 전 발표된 생명윤리안전법(가칭) 골격안이 인간배아 복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필자가 이 법의 제정에 앞장서기 때문에 필자에게 일종의 항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생명공학의 발달이 인류에게 큰 희망을 가져다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분야의 놀라운 발전은 그야말로 인류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켜 줄 미래의 희망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명공학이 발전해 오면서 작은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곧 생명공학 발전의 긍정적인 면만 너무 크게 부각되고, 부정적이고 위험한 측면은 거의 은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배아의 복제 허용으로 모든 난치성 질병이 없어질 것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그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착오와 위험이 뒤따르는지는 왜 말하지 않는가? 5년 전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체세포 핵이식의 복제방법으로 복제양 돌리를 창조한 영국의 윌머트 박사는 자신이 사용한 방법이 인간복제로 이어지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유산의 위험, 태아의 성장장애, 기형아 출산, 각종 선천병 등의 엄청난 장애가 이 방법에 감추어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배아 복제의 허용이 두 아들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호소하는 어머니에게 보다 안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서로 인내하고 또 격려, 노력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가톨릭교회는 인간배아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의 추출이 안고 있는 비윤리성, 불확실성, 불안전성 등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한 대안으로서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지지하고 또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다. 모두가 걸음마 단계로서 시작에 불과하지만 윤리적으로 비난받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성 난치병의 극복을 위해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치료법이 나올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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