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우리 농민, 우리 농촌과 농업은 쓰러져갈 것인가.
오늘날 우리 농촌이 당면하고 있는 상황은 위기를 넘어서 절망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도시의 소비자들이 피상적으로 들어서 알고 있는 우리 농촌의 위기라는 것이 어쩌면 강 건너 불 보듯 남의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는 매년 이맘 때를 농민주일로 지정하고 우리의 밥상과 우리 땅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음을 기억하고 함께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이들의 절망감과 소외감에 탄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함께 느끼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암울한 농촌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가고 허리굽은 이들만이 지키고 있는 우리의 생명의 땅,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의 농촌이다.
『이대로 가면 농민이나 농업이나 모두 끝장인데 왜 그걸 모릅니까』하고 절규하며 땅을 치는 우리 농민의 가슴 속은 얼마나 숯검정이 됐을 것인가.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이제 농촌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과 같은 부분적이고 시혜적인 차원이 아니라 이 땅과 우리의 농민이 곧 우리 생명의 젖줄이라는 새롭고 전면적인 인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농민과 농업을 살리는 것은 그들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관심사가 아닐 뿐더러 그들만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기도 하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가야하는 길이다. 교회는 그동안 우리 농촌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 눈을 돌려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은 결코 중단되어서도 포기해서도 안된다.
이제는 도시의 소비자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설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 소비자들의 인식이 근본적이고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농촌과 농민을 돕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야 비로소 우리가 모두 참된 생명을 되찾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농업과 농민들이 다만 우리들의 가난한 한 이웃에 지나지 않으며 자선과 시혜의 차원에서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자는 정도로서는 우리 농촌을 살아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하나의 운명 공동체이며 우리 농민들이 쓰러질 때 우리의 참된 생명과 건강과 미래가 함께 무너진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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