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의 생각과 기호에 따라 요리를 해 먹되, 먹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되면 금식을 할 수도 있다.
지역에 따라 그 고장 사람들만이 즐겨 먹는, 전승되어 오는 토속 음식이 있으며, 가정마다 독특한 요리법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고향의 맛」이라는 것이다.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기실 고향의 맛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전통음식이란 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지혜가 축적된 것이며 향토문화의 온상과 같은 것이다. 그러기에 전통음식을 고이 간직하고 이를 후손에게 전하는 것이 겨레 사랑과도 관련이 있다 하겠다.
민족문화의 유산인 향토음식을 보존하는 것은 민족의 얼을 보전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외식과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해 있고 콜라 따위의 청량음료를 즐겨 먹는 경우 정신 자체가 황폐해져 폭력을 유발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외국의 조사보고도 있다.
그 까닭은, 사람은 본래 제 철에 자기 고장에서 나는 식품을 전승되어 온 요리제법으로 만들어 먹고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옛부터 낱알을 낭비하거나 함부로 버리는 짓은 죄가 된다고 믿어 왔다. 왜냐하면 그것은 음식 속에 들어 있는 가치, 즉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힘과 하느님의 축복과 인간의 고귀한 노동을 얕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음식을 동포와 함께 나누어 먹을 때 겨레의 동질감을 함께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향토음식은 단순한 물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이 담겨 있는 귀한 그릇이라 하겠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전통문화는 민중들에 의해 고이 간직되어 왔다. 한복이 그러하고 전통음식이 그러하고 전통음악이 그러하다.
우리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인간문화재라고 불리는 장인(匠人)들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무던하고 느긋하게 살아온 삶의 여유와 한국의 혼을 찾아볼 수 있고 그분들을 통해 배울 수도 있다.
한국의 옛집들은 자연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가장 기능적이고 그러면서 자연 속에 안기는 태도였다. 한마디로 우리 나라의 옛집들은 마당에 서 있으나, 방안에 앉아 있으나 위대한 대자연에 대한 외경과 신뢰와 친밀을 느끼게 한다.
집의 용마루는 산등성이와 나란히 했으며 담장도 주위 환경과 어울리게 쌓았으며, 기둥과 석까래는 모가 나지 않게 다듬었고 나무의 원형을 가능한 한 그대로 보존하려고 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 안에 들어가서 집을 짓고 살며 무엇을 만들 때도 되도록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연과 융화되면서 살려고 했다. 한국의 건축과 조경에서 일관된 것은 자연과의 조화와 순리를 존중하는 것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그림 속의 산수를 바라보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했으며 산을 경외하고 산의 한결같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염원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의 산수도에서는 인간은 대자연의 극히 작은 하나의 부분에 불과했고 자연 속에 동화되고 있으며 「자연에로의 귀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아름다운 산과 바위, 맑은 물과 폭포, 보기 좋은 구름과 하늘은 현세와 직접 맞닿지 않고 중간에 있는 정자와 정자에 앉아 있는 사람, 즉 신선(神仙)으로 보이는 사람을 통해 전달되게끔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화폭을 들여다보노라면 그림 속의 공간으로 끌려 들어가 정자 속에 앉아서 절경에 마음껏 도취하게 되어 순간이나마 보는 이로 하여금 대자연 속에 동화되게 만든다.
교양있는 외국인들은 우리의 민예품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민예품(民藝品)이란 이름 없는 공장(工匠)의 손으로 가식(假飾)없이 만들어져서 서민(민중)의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예품 속에서 드러나는 민속적인 조형기질이나 표현미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그 개성이 강하고 그 솜씨는 정직하고도 꾸밈없는 것이 그 특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전통적 민속공예는 이제 명맥 유지조차 어렵게 되어 있다.
전래하는 장인들의 비법을 전수받으려는 사람들의 감소와 상대적으로 빈궁한 장인들의 의기소침과 한국인의 전통문화에 대한 무관심은 한국의 전통 민속공예가 사양의 길을 걷도록 만들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우려할만한 민족문화의 위기이다.
왜냐하면 민예품은 우리 선조들의 정서와 숨결이 배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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