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2만쌍 이혼, 이혼자녀 10만명. 오늘날 한국 사회의 한 단면도다. 10년전에 비해 3배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이혼」이 사회문제가 된지는 오래전 일이다. 그러나 짧게는 30여년 사이에, 이혼의 유형과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방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한국이 6호 이혼시대를 맞았다』고 평하기도 한다. 민법 제80조 재판 이혼 사유의 1~5호가 「외도, 폭력」과 같은 「전통적인」것들이라면 6호는 『기타 더 이상 혼인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이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성격차이, 대화단절, 애정상실, 낭비와 사치 등등이 주요한 이혼사유가 되고 있다.
그만큼 이혼 당사자들의(거의가 여성쪽일테지만) 결혼생활을 바라보는 태도와 의식에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다는 반증이다.
체면 때문에 혹은 사회적 지위 때문에 「이혼」은 꿈도 못꾸던 것이 불과 얼마전이었다. 그러나 소위 「6호 이혼」대열엔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저명인사들, 예컨대 정치인, 전직 각료, 대학교수의 자녀, 재벌총수 등 이름난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2000년 이혼한 부부의 이혼사유」에 대해 조사한 자료를 봐도 폭행과 구타. 욕설이 26.9%, 외도가 23.2%, 배우자 유기가 9.7%였고, 기타항목이 39.6%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가족개념이 붕괴되고 이혼이 급증한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그에 따른 의식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맞벌이로 경제적인 독립이 가능해진데다 남편에게 주어지는 가사(家事)분담문제, 고부간 갈등이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히 파고든 개인주의 성향과 맞물려 더 이상의 망설임을 용납치 않고 있는 것이다.
속도조절에 실패한 우리 사회의 (성)개방풍조도 문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남편외의 다른 남자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졌고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한 다정함을 느끼면 본의 아니게 외도가 시작된다. 물론 여성의 경우지만 남편도 예외일 수 없다.
'이혼'의 더 큰 문제는 이혼가정의 자녀들이다. 이혼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다. 예전엔 『아이들 때문에』라도 이혼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자녀가 이혼을 막는 마지막 보루가 되지 못한다. 어느 한쪽이 아이를 맡겠다고 나서면 그나마 다행스런 경우다. 부모가 서로 아이를 안맡겠다고 해 판사가 아이들 데려오라고 하자 부모라는 사람들이 아이를 법원에 데려다 놓고 그냥 가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서울시립아동상담소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서울시내 보육원에 새로 들어온 18세 미만 청소년 538명중 70% 이상이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 가출로 인한 「이혼 고아」였다. 부모의 이혼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충격으로 「과잉행동증후군」과 같은 정신병을 앓는 아이도 늘고 있다.
또 이혼한 남녀가 각자 자식을 데려와 재혼한 「삼성(三性)가족」자식들은 평생 성(性)다른 자식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
혹자는 말한다. 맨날 싸우며 사는 것 보다 이혼하는 것이 낫다고. 또 이혼이 결코 최선이 될 수 없으며 최악을 막는 차선일뿐이라고. 이혼은 결혼의 실패이지 인생의 실패가 아니다며 새로운 출발을 반기는 이도 있다.
문제는 그것이 전통적인 것이든(흔히 전통적인 것은 고리타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새로운 것이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그 마지막 보루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너무 쉽게 이혼하는 세태가 문제다.
당당하게 이혼하고 떳떳하게 재혼하는 것이 새로운 풍조는 될 수 있을망정 바람직한 선택은 될 수 없다. 국가로서도 「가정의 일」이라고 내버려둘 일이 아니다. 이혼의 증가는 곧 사회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료상담시설을 늘리고 전문가들을 고용해 이혼을 막아야 한다.
오래될수록 값진 것이 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이 한물간 다짐으로밖에 남지않은 사회, 그런 사회는 생각조차 하기가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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