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나누는 것만큼 큰사랑이 있을까.
「우리는 끝내 버려질 존재」라는 절망감이 무겁게 누르고 있는 들녘에 한번쯤 서본 이라면, 농민과 막걸리사발이나마 기울이며 한여름 밤을 나본 적이 있는 이라면 농민들이 감내하고 있는 절망의 크기에 절로 가슴이 아파 올 것이다.
여섯 번째 농민주일을 맞아 돌아본 들녘은 변함없이 푸르렀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해를 거듭할수록 푸르다 못해 시꺼멓게 멍들어 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94년부터 시작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8년째를 맞고 농촌 곳곳에서 생명농업이 움튼 지 10년이 넘고 있지만 아직 농민들에게서는 희망보다는 절망이 많이 발견된다.
농촌 문제를 애정을 지니고 대해온 이들이라면 농민들이 감내하고 있는 절망이 우리가 걸어온 발걸음에서 비롯됨을 깨달을 것이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나선 길이 십수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운동적 차원을 뛰어넘어 생활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그 시간만큼이나 농민들에게는 절망의 무게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농촌이 죽으면 곧 도시도 따라 죽는다는 걸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새롭지 않은 이 말은 여전히 도시 소비자들의 가슴에 울림을 던져주지 못한다.
『웬만한 농민들은 농약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먹거리에 약을 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도시 사람들은 때깔 나지 않는다고 그런 먹거리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거짓 농사를 짓기 싫은데도 그걸 농민들에게 요구하는 꼴이지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고민을 토로하는 자신이 부끄럽다는 농민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가.
농민의 이 고백은 농민과 소비자,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 회복을 위해 펼쳐온 운동이 여전히 삶의 저변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의 예다.
농민의 절망이 우리 모두의 절망으로 되돌아 옮을 느끼기 시작할 때는 이미 늦을 지 모른다.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생명의 고향인 농촌을 돌아보는 삶으로 거듭나길 기원해본다.
농촌의 들녘은 그 어느 때보다 「희망」의 단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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