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 조사가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몇 개의 굵직한 언론사들이 사회의 목탁으로서 정화와 개혁을 위한 노력보다는 보수 기득권 세력의 비호아래 엄청난 권력을 누려 온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한마디로 언론은 우리 사회의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엄청난 성역이었다. 이제 그 왜곡된 성역이 깨지기 시작했다. 우리사회 언론이 이번 일을 계기로 참 언론으로 새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수하는 잘못된 성역들이 존재하고 있다. 올바르고 고유한 직무수행에 따른 성역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왜곡된 성역의 개념은 반드시 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가장 큰 성역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코 종교일 것이다. 그리고 종교는 그 고유한 의미로 볼 때 그 사회의 진정한 성역으로 존재해야 함은 사실이다. 그러나 종교의 성역이 스스로 빛을 발하는 신성한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내부의 부정과 비리를 감추는 방패막으로 사용된다면 그 것이야말로 반드시 깨어져야 할 가장 큰 왜곡된 성역일 것이다.
여기서 솔직하고 냉정하게 물어보자.
지금 우리 사회의 종교는 부정과 비리로부터 자유로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종교가 자기비판과 자정기능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 기능이야말로 종교가 종교답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바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타종교에 대해 예의없이 언급하기보다는 우리 자신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이 정도(正道)이리라.
우리 가톨릭의 자기비판과 자정기능은 어느 정도 일까? 우리교회는 전통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의회와 시노드를 개최하여 복음의 빛을 재조명해 왔다. 다시 말해 공의회와 시노드는 역사적으로 우리 교회의 자기비판과 자정기능의 역할을 어느 정도 담당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1962년에 개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우리교회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공의회였다. 교회 내적으로 회개와 쇄신을 강조하고 세상을 향하여 개방과 대화의 정신을 강조한 이 공의회는 세계의 현대사 속에 하나의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던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성실히 계승하겠다는 의지로 각 교구별로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1984년 우리 교회는 획기적으로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 사목의안을 발표하였지만 당시의 의욕적이었던 사목의안이 오늘날 사장되다시피한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준비 중인 서울교구의 시노드가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행사에 그친다면 그만큼 한국교회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퇴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신학생시절의 뜨거운 추억이 있다. 1985년 신학교에는 교회 쇄신에 대한 의식이 신학생들 사이에 강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신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하여 『모의 주교회의』를 개최한 적이 있었다. 당시 모의 주교회의에 상정된 의제 중에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교구장 임기제』였다. 나름대로 성서적이고 신학적인 뒷받침을 갖고 상정된 『교구장 임기제』에는 신학생들이 교회에 바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첫째 제도를 위해 하느님 백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을 위해 제도가 있어야 하고, 둘째 교회의 회개와 쇄신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교회제도의 특성상 교구장의 위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전체 신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설문조사와 분석을 토대로 몇 개월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진행된 모의 주교회의는 지금 와서 생각해도 참으로 방대한 작업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교회 쇄신의 꿈과 뜨거운 의지는 지금은 대부분 사제가 되어 있는 우리들의 의식 속에 깊게 각인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언젠가는 우리교회도 시대의 변화 속에서 『교구장 임기제』가 논의되고 채택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쇄신의 시작으로 이제는 적어도 『주교 선출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주교 후보자를 적어도 교구 전체 사제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도 1, 15~26) 정하는 주교 선출제는 이미 많은 사제들과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이번 시노드에서 주교 선출제가 정식 의제로 상정이 된다면 논의되는 과정에서 우리교회는 저절로 자기비판과 자기정화의 과정을 거쳐 쇄신된 모습으로 나아가리라 확신한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자의 여정 중에 있는 『교회가 끝없이 회개와 쇄신을 지속하는(교회헌장 8항)』삶이야말로 세상 속에서 신성한 성역으로 더욱더 빛을 발하는 모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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