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일간지에 연달아 실린 독자투고 몇 가지를 보면 천주교는 「좌익」에 「친북」이다. 「성당주보의 여론몰이」, 「천주교가 분열 조장하나」 운운 하는 제목으로 실린 이 독자글들은 물론 이 신문사의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믿고 싶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해당 신문이 『독자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고도 하지만 어떻게 그런 거대하고 막강한 힘을 지닌 신문사가 이렇게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조악하고 낮뜨거운 일을 의도적으로 하겠는가(?).
하지만 『독자 투고의 상당 부분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인 것으로 판단돼 유감』이라고 지적한 서울대교구 홍보실의 입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천주교 전체를 매도하는 듯해 보이는 투고를 거리낌없이 게재함으로써 그 고의성과 저의가 의심을 받을 만한 것으로 보인다. 홍보실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현재 반론 요청 등 대응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의 독자 투고 중에서도 특히 가당치 않은 것은 김수환 추기경이 친북 색채가 짙은 성명에 단골로 들어간다는 대목이다. 여기에 한국 가톨릭 교회가 반미 친북에 앞장선다는 내용이 곁들여진다. 천주교 주보가 남남 분열과 이념 갈등을 조장한다고도 한다.
김추기경이 언제 친북 성향의 성명에 단골 손님이었던가. 기자는 그 예를 알지 못한다. 독자 투고가 「시리즈」인 듯하므로 다음에 나올 독자 투고에서는 추기경이 서명한 친북 성명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사회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또 다양한 형태로 이 의견들이 표시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다양한 의견의 스펙트럼은 물론 교회 안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이 신문이라는 공공의 매체를 통해 전달될 때 이는 그 논거의 타당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공정한 판단이 엄중하게 요구된다.
「조선일보」의 독자 투고란은 이 검토와 판단의 과정이 결핍됐거나 또는 지나쳤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신문의 행동은 무책임했거나 또는 공기로서의 언론이 가진 힘을 남용한 것이다. 적절한 후속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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