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초등학교 동창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다가 슬픈 사건 하나를 들려주었다. 자기 아들이 다니고 있는 중학교에 아들 친구 하나가 여행 갔다가 물에 빠져 익사했다는 것이다. 죽은 친구는 성당에서 활동도 열심히 하고 성격이나 품행이 무척 좋았던 것 같다. 장례 미사에 많은 신부님들과 신자들이 참석해 기도해 주었다고 한다.
미사 중에 자기나 자기 아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말을 못 이을 정도로 슬픔에 잠겼다고 하니, 그 부모님들의 마음이야 어떠했을까?
장지에 이르러 죽은 아들의 어머니가 통곡하는 모습은 정말 애처롭게 보였다고 한다. 내 동창은, 비록 신자이긴 하지만, 자녀를 두고 있는 어머니의 같은 마음으로 『저 분이 얼마나 하느님을 원망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어머니가 하늘을 바라보며 울면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하느님, 제 아들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아물어가던 아들에 대한 슬픈 기억을 생각나게 할 수도 있다는 염려가 들지만, 『어머니이신 마리아』와 같은 신앙을 우리들 사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기에 적어 보았다.
삶의 여정에서 다가오는 여러 이해하지 못할 고통과 시련은 신앙인 누구나 살아가며 마주치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그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신앙」이 아닐까?
『좋은 날(善)을 기다렸더니 재난(惡)이 닥치고, 빛을 바랐더니 어둠이 덮쳤네』(욥기 30, 26). 고통 속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어도,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희망으로 다시금 신앙의 여정을 시작하는 인내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 드린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두리이다』(시편 12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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