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질병 없는 장수 또는 영생을 꿈꿔왔다. 그 꿈을 과학자들은 어쩌면 생명과학에서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명과학이 지니고 있는 위험성과 해악은 바로 이러한 희망에 대한 맹목에서 나오기도 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과학적 성과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듯이 과장된 언사로 과학적 탐구의 무한한 자유를 요구한다.
우리 나라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임치료나 생명복제 분야에서는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결코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국가 경쟁력면에서야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관련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윤리적인 고려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특별히 인간 배아에 대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인권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한갖 실험대상으로서만 취급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일부의 추산으로는 오늘날 우리나라에 전국적으로 80만개에 달하는 배아가 냉동 보관돼 있으며 이 배아들은 어떤 기준 없이 임의로 실험실에서 연구 대상으로 쓰여지고 폐기되고 있다고 한다.
생명과학의 발달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윤리적인 문제들을 야기한다. 이전의 법제로는 판단하고 규제할 수 없는 많은 부작용들이 함께 나타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생명윤리 문제를 담고 있는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생명윤리기본법이 작성되기 시작했고 정부는 적어도 올해 안으로는 법안을 제정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결함을 갖고 있는 법안이나마 올해 안에 입법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최근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조속한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강력하게 촉구한 것은 바로 이에 대한 우려에서이다.
현재의 상황을 보면 생명과학계와 생명공학산업계는 질병 퇴치, 과학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비윤리적인 연구와 실험의 무제한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 법 제정에 지극히 비협조적이고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올바른 윤리와 양심에 의해 인도될 때 비로소 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인간과 생명이 그 중심에 서 있을 때 과학기술이 인류를 위한 미래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만일 그렇지 못할 때 생명과학의 발전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이윤을 추구하는 비인간적이고 반생명적인 것이 될 것이다.
더 이상 생명윤리기본법의 제정을 미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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