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점부터 말한다면 통계상 냉담자를 줄이는 방법은 판공성사 때가 아니어도 고해소에 언제나 메모지와 펜을 갖다 놓고 판공성사를 받지 않은 고해자에게는 메모지와 펜을 주면서 이름과 본명을 적어서 고해소에 항상 비치된 바구니에 넣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종종 그 메모지를 꺼내다가 컴퓨터에 들어있는 교적에 판공성사 표시를 하는 것이다. 판공 때만이 아니고 아무 때나 고해성사를 받아도 교적에 판공성사 표시를 하는 것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요사이 한국교회의 상태에 대한 글이나 강연을 들으면 냉담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접한다. 그렇지만 교회의 불행한 현실을 지적하거나 통탄해 하는 사람들도 냉담자를 줄이는 뾰족한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것이 한심스럽다.
냉담자 증가에 대하여 한탄하는 사람들은 주로 교구 교세통계표나 한국중앙협의회에서 나오는 교세통계표를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냉담자가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계산하는 방법이 상당히 개선되고 기계화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에는 사무장이 교적을 들추어가며 일일이 냉담자 숫자를 세었으나 이제는 많은 본당에서 컴퓨터가 그 일을 대신한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통계상 냉담자가 증가하였다고 짐작된다.
서울이나 인천 등 여러 교구에서 도입한 양업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개인들이 만든 본당사무 프로그램도 교적에 3년간 판공성사 표시가 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해당자를 냉담자로 분류해 버린다. 그리고 판공성사 표시를 하면 냉담자 표시가 자동적으로 없어진다.
하지만 컴퓨터의 냉담자 계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한국교회가 판공성사 표시를 해온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을과 봄 판공 때가 되면 성사표를 나누어주고 그것이 돌아오면 교적에 성사표시를 했다. 그리고 판공성사 시기에 표를 내면서 성사를 받지 않고 다른 때에 고해성사를 받는 사람들은 무시해 버리는 관습을 길렀다. 그러나 실제로 다른 때에 고해성사를 받는 신자가 상당히 많다. 그런 신자들을 무시하고서 냉담자 숫자를 계산하는 방법에는 큰 문제가 있다.
연수성당에서는 지난 1년간 위의 방법으로 성사표시를 한 결과, 적어도 100여 명이 냉담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것은 우리 관습의 결함이 냉담자의 숫자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제가 고해소에서 항시 메모지를 사용한다면 통계상 냉담자는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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