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로마에서 내게 이탈리아어를 가르쳐주었던 세실리아라는 친구가 편지를 보냈다. 이번 달에 결혼식을 할 예정이니, 와서 미사 주례를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유학 시절, 가끔 이탈리아인의 가정에 초대되어 가 본적은 있었지만, 이 세실리아 가족만큼 친하게 지낸 적은 없었다.
세실리아 부모님들은 이탈리아 남부 타란토 지방에서 포도 농사를 하고 있는, 가정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아주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이다.
나는 세실리아 가족과 친분을 맺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어느 나라 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삶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서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 번은 세실리아 언니가 일자리가 없어 미국에 살고있는 사촌의 도움을 빌리려 떠날 때 일이 생각난다.
세실리아는 로마에서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 약간의 모아둔 돈이 있었나 보다. 공항에서 떠나는 언니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주머니에 들었던 꼬깃꼬깃한 돈 뭉치를 건네주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농사짓는 어머니가 서울로 떠나가는 아들에게 얼마 안되지만 그 동안 벽장 속에 몰래 모아두었던 돈을 주는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 이탈리아를 갔을 때에는 모든 것이 생소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살아가면서 그들도 우리와 똑 같은 삶의 고민과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단지 문화나 생활양식이나 언어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사람들이 삶에서 마주치는 『희로애락』과 같은 근본 문제에는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면 거기에 우정과 사랑이 움튼다.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 주고, 우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울어 주십시오. 서로 한 마음이 되십시오』(로마 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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