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후 피임약」의 수입 시판 허가 문제를 둘러싸고 시판해야 한다, 안된다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명백하게 이 약을 시판하는 것은 곧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하고 청소년들의 성적 문란 현상을 가져올 것임을 우려하며 절대로 안된다고 밝힌다.
이는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해야 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는 교회의 너무나 당연한 입장과 동일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는 대다수 부모들의 우려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사후 피임약의 시판을 찬성하고 있는 측에서는 특별히 청소년들의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낙태 문제가 심각하고 법으로 금지된 낙태 시술이 연간 150만건에서 200만건에 이르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불법 낙태 시술을 막기 위해서는 이 약의 복용을 허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주장은 절차가 복잡하고 위험성이 있는 낙태 시술을 피하기 위해 좀더 편리하고 쉬운 낙태를 선택해야 한다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노레보정이라는 이 「사후 피임약」은 실상은 피임약이라기보다는 낙태약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약은 바로 이 수정란의 자궁내막 착상을 막음으로써 결국은 수정란이 죽게 만드는 것으로 화학적 임신중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후 피임약을 복용함으로써 임신을 피하는 것은 뱃속의 태아, 즉 수정란이 조금 더 크기 전에 아예 생명의 씨를 말려 버리는 참으로 가혹하고도 비인간적인 행위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는 퇴폐적이고 쾌락주의적인 분위기를 일신하고 가정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과 삶의 모범이 선행되어야만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다만 일시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접근할 때 이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이 약의 시판 허가를 관장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시판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기 때문에 공청회나 여론 조사 등을 통해 대중들의 의견을 더욱 폭넓게 수렴한 뒤 최종적인 결정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사후 피임약이라는 비인간적이고 반생명적인 의약품에 대해 한순간의 실수로 시판이 허용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야기될 것임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교회는 이미 여러 차례 이러한 부류의 의약품에 대해 우려와 함께 경고하고 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지난해 10월 31일 같은 종류의 사후 피임약 모닝필에 대한 성명서에서 이런 약품의 사용이 『인간 배아처럼 가장 약하고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교묘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면서 『도덕적 양심으로 확고한 반대를 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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