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항도(港都) 부산. 이곳의 육로(陸路) 관문인 부산역 광장은 갈 때 마다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휴가철이 정점에 달한 지난달 27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는 잠시 동안이었지만 낯선 차림에 낯선 몸짓을 하는 이들이 행인의 눈길을 끌었다.
「현대판 노예제, 연수제도 철폐하고 노동허가제 시행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한시간 동안 시위를 벌인 4~5명의 사람들이 주인공.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가톨릭 노동상담소 주최로 열린 이날 시위는 지난 7월 17일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외국인 노동자 차별철폐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 대책위원회」 주최로 시작된 제도개선 촉구 릴레이 시위의 일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대략 3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신분은 크게 「산업기술연수생」 혹은 「해외투자법인 연수생」 신분과 일명 불법 체류노동자라 불리는 「미등록노동자」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기술연수생 명목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편법적이고 반인륜적인 행태가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들은 매월 40만원 정도의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임금이 책정되기 일쑤다. 또 하루 12시간이 넘는 잔업근무를 마쳐야만 월 60만원 정도를 받는 극도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그뿐 아니다. 이들의 아킬레스건인 여권압류와 사생활 통제, 폭언, 구타 등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이들은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소위 불법체류자인 미등록노동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정당하고 신성한 노동을 하고서도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저임금을 강요당하거나 상습적인 임금체불, 사기 등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언제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체포되어 추방당할지 모르는 공포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모든 문제가 외국인 노동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즉 「연수생제도」를 이용해 인력을 「값싸게」 수입하고선 그 노동력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은 인정하면서도(필요하니까) 그들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에 빠져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으론 이주노동자의 합법적인 취업은 금지하면서 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것을 규제하지 않아 「불법체류자」라는 약자를 양산(量産)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을 보호해줄 법적 테두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이같은 반인권적인 이주노동자 현실을 종식시키기 위해 몇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첫째가 산업연수생 제도를 즉각 폐지하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필요한 노동력을 공식화 양성화할 수 있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 외국인노동자들이 불법이라는 딱지를 떼고 기본권을 보장받게 하라는 것이다.
셋째가 노동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사례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또 현재 불법체류자들에게 가해지는 벌금과 재입국 규제가 없는 자유로운 출국을 허용하고, 특히 한국에서 오랜기간 생활한 이들에겐 거주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들의 요구가 무리한 것인가. 결코 그러하지 않다. 그렇다면 의지가 문제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말이 있다. 한때 먹고 살기 위해 우리도 외국인노동자였던 때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같은 반인륜적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민도(民度)를 가늠해볼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고 인권. 민주국가임을 자처하는 한국…』 운운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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