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첩입니다. 국가가 저더러 간첩이라고 했으니까요』
조작간첩. 간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간첩으로 조작된 사람이라는 말이다. 물론 주위에서 이렇게 믿고 부르는 것처럼 이들의 죄목에 대한 부당함과 억울함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바는 없다. 비록 오랜 수감생활 끝에 가석방으로 풀려 나와 사회로 돌아오긴 했어도 이들은 역시 간첩이다. 흔히 조작간첩이라 불리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제주도민이다. 일본과의 왕래가 비교적 자유로웠던 탓에 조총련과의 교류 등을 이유로 간첩으로 지목된 이들이 많다고 한다.
제주교구는 지난 93년 조작간첩 이장형씨의 석방을 후원하는 모임을 결성한 이후 다시금 「이장형, 강희철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조직하고 이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에 나섰다. 석방은 됐지만 아직 명목상으로는 죄인이기 때문이다. 다른 조작간첩 사건들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자 하는 목적 또한 지니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들의 재심,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당시 수사 담당자들에 대한 고소장까지 접수하는 등 법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이장형씨가 「조작된 간첩」이라는 사실은 그를 잘 아는 모든 이가 믿는 바이며 제주도민들 또한 이 사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이씨의 자백이 끔찍한 고문에서 비롯된 것이며 재판과정에서 변론권 또한 국선변호사의 변호로 진행된 상태에서 많은 제한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씨가 방북했다는 기간에 그가 일본에 체류하고 있었다고 증언하는 이들도 있다.
즉 이씨를 비롯한 다른 조작간첩 사건은 군사독재정권이 정치적 위기를 국민들에 대한 전쟁위협과 반북의식 고취를 통해 벗어나려고 했던 의도와 일부 수사 담당자들의 출세욕, 금전욕이 결합되어 빚어진 역사적 비극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옥중에서 일명 「양심선언문」을 통해 『간첩 중에는 남파간첩도 있지만 실적과 공명심, 보상금에 눈이 어두운 수사기관의 확대조작에 의해 날조된 억울한 간첩들도 많다는 것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외친 적이 있다.
많은 조작간첩들이 석방 이후에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감옥에 다시 들어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들을 향한 유일한 답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 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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