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회적으로 가장 많이 논의되는 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생명윤리 문제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가 속한 사회 안에는 죽음의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반생명적인 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의식과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예를 사후 피임약의 수입 시판 허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엿볼 수 있다.
중앙일보사의 네티즌 여론 조사에 따르면 총 4828명 가운데 찬성이 59.86%, 의사 처방전을 받는 조건부 찬성이 28.81%로 모두 88.67%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성문화 문란을 우려해 반대한 응답자는 불과 11.33%일 뿐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대부분의 조사들이 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교회는 사후 피임약을 낙태약으로 규정하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없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가 총 24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신자들의 생명문제에 대한 의식이 교회의 가르침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수한 상황일 때에는 낙태를 인정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실제로 신자들 중에서 입교한 후에도 10명 중 4명꼴로 낙태를 하고 있다. 교회가 권장하는 생리주기법을 이용해 피임을 하는 신자는 10명 중 1명에 그쳤으며 불임 부부의 인공 수정에 대해서도 10명 중 1명만이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우리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신자들의 접근이 교회의 가르침과는 매우 동떨어진 형태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교회의 가르침과 달리 생각하는 신자들이 많고 교회의 가르침에 공감하더라도 실제 생활에서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신자들이 많다.
그러면 과연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교회의 가르침을 선언적으로 되풀이하고 신자들이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몰아세우기만 해서는 결코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교육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교회의 가르침을 단순히 들어서 아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마침 우리 사회 안에서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러한 때를 맞아 우리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운영하기 위한 집중적인 연구에 나서야 한다.
교회 전반에 걸쳐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공감대가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을 때에만 교회 밖을 향해 외치는 우리의 목소리가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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