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들이 영성상담 중에 자주 물어보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기도의 응답에 관한 것이다. 하느님은 과연 나의 기도에 대해 응답해 주시는 것일까?
이 질문은 비단 신학생들 뿐 아니라, 아마 모든 신앙인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나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군복무하던 시절에 경험을 떠올려 대답해 주곤 한다.
김포공항 근처에서 밤새 보초를 서고 있으면 많은 여객기들이 뜨고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젠가는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날도 어김없이 비행기 한 대가 보였다. 왠지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날부터 제대할 때까지, 묵주기도 5단 중에 1단은 비행기를 타고 아주 멀리 여행하게 해달라고 기도 드렸다. 그로부터 5년 후, 마침내 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이제까지 내 인생 중에 한 번도 비행기를 타 본적이 없었는데, 결국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바라던 여행을 위한 비행기가 아니라, 고생 복이 터진 유학행 비행기였다.
그것도 이곳저곳 다 들려 로마로 들어가는 장장 22시간짜리 비행기였다. 기내 식사만 무려 4번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분명 들어주신다. 그러나 분명 내 방식대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인간의 지혜로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의 지혜를 이해하려 하는 것은 교만에서 나오는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욥처럼, 겸손한 자세로 그분의 뜻을 받아들이는 빈 마음이 기도의 응답에 관한 태도가 아닌가 싶다. 『저는 알았습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음을…그렇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신비로워 알지 못하는 일들을 저는 이해하지도 못한 채 지껄였습니다…그래서 제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먼지와 잿더미에 앉아 참회합니다』(욥기 4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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