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지내는 한 후배로부터 아이를 불교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불교신자이거나 비신자였더라면 상관할 일이 아니건만 교내 모 단체에 근무하는 그 후배의 경우, 그 얘기가 참으로 의외로 들릴 수 밖에 없었다. 인근의 성당유치원을 수소문했지만 유치원을 찾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개신교·불교 유치원을 비롯 일반 사립유치원이 여럿 있긴 했으나 시설 등 여러 가지 여건이 좋아 불교유치원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천주교회가 운영하는 유치원이 타원에 비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다는 소문이 자자하고 유치원에 입소시킬 또래의 아이를 둔 부모라면 신자, 비신자 가정을 떠나 한번쯤 성당유치원을 기웃거려 볼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가톨릭계 유치원이 200여개에 불과할 정도라니, 교회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유치원당 60명씩 입학을 한다해도 전국에서 연간 1200여명 정도에게만 성당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이다. 한때는 가톨릭계유치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종교단체별로 분류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체 종교단체 중 가톨릭은 1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 63.25, 불교 19.4%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톨릭계 유치원의 수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유치원 교육, 특히 유아기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어느 유치원 원장수녀는 유아기 신앙교육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박탈되고 장래 가톨릭신자로 성장할 잠재적인 신앙인들이 줄어든다며 유치원에 갖는 교회의 소극적인 관심을 아쉬워 했다.
종교교육을 통한 건실한 인성함양과 유아기 때부터 신자로서의 태도를 함양시키 주기를 원하는 부모들의 요구, 가톨릭 신자화로의 잠재력을 길러주는 기능 등을 유치원에서 모두 수행 할 수 있기에 교회는 유치원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성인이 된 후 영세한 신자들 중에는 어릴 때 유치원이나 각종 가톨릭재단 학교를 졸업했거나 관련이 있었던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부모들이 가톨릭에 입교했거나 수녀들과의 자연스런 모습에서 영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교회가 매우 소극적으로 유아기 신앙교육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유치원건물의 확보가 용이하지 않고 본당 분할에 따른 성당신축 등으로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에 앞서 유아기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듯한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띈다. 따라서 각 본당마다 유치원 운영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수 있길 기대해 본다. 유치원운영이 힘겨우면 우선 어린이집이라도 운영하면서 맞벌이 부부를 위해 아이를 맡아주고 신앙교육도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본당에서 직접 운영하기 어렵다면 본당신부나 수녀가 종교교육을 책임지고 일반 신자들이 운영의 주체를 맡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더욱이 요즘은 주일학교도 점차 등록제로 바꾸어가고 있다. 등록제가 갖는 장단점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등록제로 인해 비신자가정의 어린이들이 친구 따라 성당주일학교에 참석해보는 기회는 사실상 박탈당한 것이 아닌가.
유아기신앙교육의 일차적인 책임은 가정과 부모가 져야하지만 교회의 책임도 막중하다. 신앙교육을 가장 효과적으로 시킬 수 있는 때가 유아기일수 있다. 우리는 지금 청소년신앙교육에 많은 정열을 쏟고 있다. 그러나 유아기 신앙교육을 건너뛴 공백상태에서 곧바로 청소년 신앙교육을 강조함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아기 때부터 신앙이 자연스럽게 몸에 베도록 함으로서 신앙 속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은 물론 자녀를 매개로 온가족이 영세하도록 이끌 수 있는 유치원운영에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