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그림을 찾고 싶어서 로마까지 갔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 작품을 이렇게 생전에 만나다니…』
지난 1일 서울 혜화동 주교관에서는 감격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한국화의 원로 월전 장우성 화백(89)이 지난 49년 그렸던 대형 성화 세 점을 52년만에 만난 것이다. 노화가가 그토록 찾던 자신의 그림을 반 백년만에 만난 것 또한 감격적이었지만 교회미술사에 기록될만한 한국성화를 찾았다는 사실은 우리교회가 기뻐할 감동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명화이자 빼어난 성화인 장화백의 그림이 우리 품안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사연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로마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고문서고에서 일하던 한국인 양숙자(수산나)씨의 발견이 아니었다면 아마 장화백 생전에,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 시점에 우리 땅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림은 우연히 발견돼 인류복음화성 복도에 걸려있었고 이를 눈여겨본 최승룡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가 신자들과 월전 선생을 위해 한국으로 들여온 것이었다. 오랜 세월 창고 안에 보관된 것에 비해 작품의 상태가 양호해 다소 위안을 얻을 수 있었지만 왜 진작 이 귀중한 작품들을 관리하지 못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물론 한국교회가 척박했던 시대에 이만한 대작이 그려졌고 오늘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소중한 문화유산이 아무도 모른 채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 아쉬운 마음을 갖게 한다. 로마 성 베드로 기숙사에 걸려있는 고(故) 장발 선생의 작품도 한국의 성화집이나 장발 선생의 도록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림이기는 마찬가지다.
200여 년의 짧지 않은 한국교회 역사 동안 많은 예술인들이 보배같은 작품들을 만들어왔고 우리교회 역사만큼이나 귀한 작품들이 많이 배출됐다.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국내에 산재해 있는 성미술품들을 모두 찾아 일목요연하게 정리라도 했으면 좋겠다. 300주년, 40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는 「우연한 발견」이 아니라 잘 보관된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대들에게 물려줄 수 있었으면 한다.
신앙 선조들이 우리에게 「순교」라는 신앙의 뿌리를 그대로 남겨주었다면, 우리는 그 정신과 역사적인 자료들을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전해줘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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