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일각에서는 소위 「사후피임약」혹은 「응급피임약」의 일종인 「노보레」정의 수입 시판 여부에 대한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사후 피임약」이란 성관계를 가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하면 수정을 막을 수 있고, 또 수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자궁내 착상을 막음으로써 임신이 진행되는 것을 방해할 목적으로 복용하는 약이다. 일부에서는 이 약을 성관계 이전에 복용해야만 했던 기존 피임약에 비해 매우 간편하고도 획기적인 피임약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 약의 효과로 평가되는 「반착상」효과는 사실상 이미 수정된 수정란을 파기시키는 낙태약이라고 하여 이 약의 시판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이 약의 파급이 미치게 될 악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이 약의 시판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그 이유로서 여성의 건강보호와 낙태 감소 그리고 행복권 증진을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낙태 건수가 150만 내지 200만 건이라고 하는데 이 약이 적시에 제공될 때 그 엄청난 수의 낙태 건수는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고, 나아가 낙태 여성에게 따르게 되는 건강에 대한 심각한 후유증도 크게 감소되리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이 약은 수많은 여성들이 갖게 되는 임신에 대한 공포를 없애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여성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약의 손쉬운 구입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약이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낙태를 감소시키고 그럼으로써 여성의 건강과 행복권을 더욱 증진시키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사람의 생명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데 이 생명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낙태이고, 그렇다면 이 약은 오히려 낙태를 더욱 증대시키고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여성의 행복 또한 생명을 죽임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라면 그것이 어찌 행복이랄 수 있겠는가? 생명권은 분명 행복 추구권보다 우위에 서있다는 것은 그리 힘주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이라는 것이 「나 자신」혹은 「내 자식」의 행복과 관련될 때 그 행복권은 타인의 생명권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논리는 인간 사회 어느 곳에서도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억지 논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약 시판의 가부 문제가 아니다. 약 시판을 찬성, 반대하는 측 모두가 함께 주장하는 생명의 존귀함과 삶의 행복 문제는 결코 '사후피임약'의 시판 여부에 달려있지 않고 이 사회가 얼마나 도덕적으로 건강하게 지탱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성문화와 상호 존중 의식, 그리고 특별히 인간 배아처럼 가장 약하고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존재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존중을 실천하는 사회를 위한 우리 모두의 철저한 노력이 먼저가 아니겠는가?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치료가 필요한 우리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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