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의 시노드 의제선정을 위한 전신자 의견수렴 작업은 한국천주교회 역사상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성직자는 물론 수도자, 평신도 등 교구 구성원 모두가 직접 자기의견을 적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교구 내 226개 본당 중 186개 본당의 16만3877명의 신자가 직접 자기 의견을 적어낸 것은 참으로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교구 주일미사 참례자 27만여명중 2/3가 참여한 것이다.
이같은 의견수렴을 통해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교구 시노드에 대해, 교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했다는 사실 자체가 평가받을만한 사건이라고 본다.
주스를 마실 때 고여있는 내용물을 골고루 섞기위해서 병을 흔들 듯, 또한 고여있는 것이 썩지않도록 교구전체를 한번 「흔들었다」는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노드는 우리 교회가 「여정(旅程)의 교회」(교회헌장, 48항)임을 다시금 자각하고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시대의 징표에 충실히 응답하고자 하는 변화의 시작이다. 하느님 백성인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든 이들이 다 함께 나아가기 위함이다. 바로 친교의 교회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 시노드는 「함께 하는 것」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의 시노드 준비과정에서 전교구민의 참여를 절대적인 조건으로 내세워 기도운동에 중점을 두고 기도문제작에 1년반의 시간을 들였다. 로고도 공모했다.
그리고 교구시노드야 말로 교구신자들의 교육을 위한 훌륭한 기회로 삼고 있기도 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그 내용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풍문이다.
무엇보다 21세기 한국교회가 헤쳐나가야 할 당면문제들이 무엇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교구운영 책임자들이 자신들의 의견보다 교구민 전체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자세야말로 가장 돋보이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시노드를 개최하는 주요 의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무튼 거대교구인 서울대교구의 이번 시노드는 주목받고 있다. 새 천년기에 열리는 첫 시노드이며, 아시아주교시노드 문헌 「아시아 교회」가 나온 이후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시노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남북통일을 앞둔 한반도는 물론 아시아에서 자신의 소명과 사명을 찾아보고 다짐하는 서울 시노드의 성공을 기원해본다. 교회가 새로운 시대를 지향하면서 이루려는 쇄신은 그 구성원 각자의 전적인 회개에 바탕을 둔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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