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의 제한적인 배아 줄기 세포 연구 허용 소식은 그렇지 않아도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한 윤리적인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생명의 문화 건설에 하나의 먹구름을 드리운 셈이다.
미국 가톨릭교회는 부시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두고 「흥정(trade-off)」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생명 문제에 관한한 결단코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배아 줄기 세포의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우리는 오랫 동안 고통 받아왔던 불치병, 난치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아 파괴는 곧 살인 행위라는 등식이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든 부모가 되어본 사람은 생명의 숭고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아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우리들로부터 보호받을 그 권리를 충실하게 지켜준다고 할 때 그 배아는 참으로 아름다운 생명체로 자라날 것이 분명하다.
모든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면서 한없는 경이로움과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 그것은 단지 부모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흉악한 살인범이라 할지라도 어린 아이의 티 없는 맑은 눈동자를 보면 차마 흉한 마음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인간 배아는 바로 이 어린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배아가 어떤 악의적인 외부의 간섭도 받지 않고 생명권을 지켜가면 바로 우리들의 자녀만큼이나 티없고 순수한 생명체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바로 이 점에서 반 생명적이며 따라서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생명윤리의 현황을 다시 한 번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생명윤리와 관련된 정책과 법안이 현재 열띤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 정부의 결정은 자칫 우리들이 이러한 정책과 법안을 입안할 때 모범적인 선례로서 기능해서는 안된다.
배아 파괴는 살인이라는 교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결코 어떤 타협의 여지도 마련돼 있지 않다. 배아가 단지 생명체로서의 여건을 구비한지 며칠 되지 않은 미약한 존재라고 할 지라도 엄연한 생명체임이 분명하다.
배아 줄기 세포 연구의 성과를 아무리 찬란하고 성공적인 것이라고 말해도 그것이 결국 인간 생명을 희생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라면 어떻게 인류의 복지와 행복에 기여하겠는가. 그것은 결국 생명 경시의 풍조를 조장하고 인간성 파괴의 늪으로 이끌어가는 행위임을 우리는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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