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두고 참 말이 많다.
『자기나라의 호국영령을 위해 참배 한번 한 걸 가지고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것일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신사가 어떤 곳인가.
신사는 천황의 조상들이나 그들의 국가유공자를 안치하여 받들어 모시는 건축물을 일컫는다. 결국 신사는 일본의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가시화된 표현이다.
천황제는 천황의 권위를 절대시하여 국민사상의 통일을 이룩하고 국가권력에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을 확보하고자 창출된 것으로 침략전쟁과 식민지의 확장에 따라 더욱 정교해졌다.
이러한 신사에 더욱이 세계 2차대전의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부의 수반인 총리가 공식으로 참배했다는 것은 군국주의, 제국주의에로의 회귀선언이다.
일본제국주의의 비인간적 아픔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누군들 이에 반대하지 않을 것인가.
이 시점에서 되짚어 보고 싶은 것은 우리 교회는 과연 이 신사참배와 관련해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1910년 일본의 강점 당시 한국에는 약 30개의 신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한국인과 큰 관계가 없었으나 총독부 설치 이후 일본은 한국인에게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기반으로 신사제도 정책을 수립하여 지역마다 관립 신사를 세우고 일본인들을 위한 민간 신사도 관공립화해 지원하며 참배를 강요했다.
신사참배가 강요되자 일본교회나 한국교회 모두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단시했다. 한국교회는 신사에 참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문헌으로 밝혔다.
이런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1924년 강경공립보통학교의 천주교 학생들이 신사참배를 거부해 퇴학을 당하기도 했고 대구의 효성여학교와 가톨릭계 학교는 1925년 10월 15일 조선신궁의 진좌제 관련행사에 불참해 신자학생들이 퇴학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초기에는 신사참배를 이단시하던 교회는 1931년 만주사변을 시작으로 군국주의 침략전쟁을 전개한 일제가 전시총동원책의 하나로 참배강요를 노골화하면서부터 입장변화를 보인다.
점차 허용방침으로 돌아선 일본교회는 히로시마 대목구장 로스몬시뇰이 『종교적인 것이 아닌 애국적인 것에 수동적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판단 묵인될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당시 일본주재 교황사절이었던 무니 대주교는 로스 몬시뇰의 글을 일본제국내 신사참배 문제 해결의 지침서로 삼았다. 이러한 일본교회의 입장 변경은 한국교회에 혼란을 가져왔는데 결국 일본교회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만다.
당시 경성교구장 뮈텔 주교는 1925년 신사참배를 금지하였던 「천주교 요리」의 1932년 개정판에서 참배를 허용하였고 1933년 주교회의를 통해 신사참배를 용인했다.
신사참배와 관련한 한국교회의 이러한 입장변화는 자신의 예언직을 저버린 행위였고 천주의 이름을 배반할 수 없어 죽어간 수많은 순교자들에 대한 배신이었다. 더구나 신사참배 이후 강화된 교회의 정치적 친일은 신사참배가 얼마나 민족 앞에 부끄러운 행위였던가 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신사참배가 일제의 주장대로 종교적 행위가 아닌 애국적인 행위라 하더라도 그 애국적이라는 것이 침략과 전쟁으로 약소민족국가들을 핍박하던 것에 대한 찬동이 아니던가.
교회는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하면서 자신의 과오들을 반성하고 용서를 청하면서 새로운 세기에 맞는 복음화를 결심했다. 신사참배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교회도 스스로 참회의 성사를 하고 민족의 발전을 위한 소금이 될 것을 요구해본다.
민족의 문제에 눈감을 때 교회의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되새기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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