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목소리와 똑바르게 솟은 코, 약간 얇은 입술, 그리고 조금 예민하게 보이는 눈매이지만 미소를 지을 때면 퍽 인상적인 그분은 전체적으로 용모가 단정하고 예쁘며 키가 중간 정도이다. 하지만 요즘은 몸집이 조금 늘었다.
수녀님이 길을 갈 때에는 여간해서 옆을 보지않고 빠르게 걸어간다. 쉬는시간이면 일자리에서 일어난 일과 봉사자들로부터 들은 뉴스를 전해주며 수녀원 식구들을 종종 기쁘게 해준다.
어떤 일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바른 소리를 해주어 똑바르게 가르쳐 준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병원 원목실이 L수녀님의 소임지인데, 아침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거의 엄격하게 지키고 매사에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생활한다.
대구 공평동에 자리잡은 수녀원 작은 공동체에서 그분의 청소구역은 길이 4미터 정도의 짧은 복도와 폭이 1미터 남짓 되는 작은 화장실이다.
L수녀님은 이곳을 매주 금요일마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대청소를 한다. 금요일은 대재를 지키니까 묵상시간이 끝나면 약간의 음료를 마시고 얼른 앞치마를 걸친다.
먼저 비누물로 이 작은 바닥을 솔로 쓸어댄다. 그리고 나서 물걸레로 바닥을 깨끗이 닦고 출입문을 활짝 열어두고 마른 걸레를 입구에 깔아둔다. 물론 비누통까지 씻어서 엎어두며 마무리를 한다.
나는 L수녀님과 이 소임지에서 1년반 정도 살았는데, L수녀님이 금요일 대청소를 빠뜨린 적을 한번도 못보았다.
수도생활이란 누구나 적당한 장점과 적당한 약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작고, 보이지 않고, 명예스럽지 않고, 영웅적인 덕목을 앞세우지 않고, 자기가 바치는 기도와 일에 쏟아 붓는 성실, 충실이라고 나는 늘 L수녀님께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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