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윤리학에는 인간 행위를 윤리적 행위로 이끄는데 도움을 주는 몇몇 원리들이 있는데 그 원리들 중에는 전체성의 원리라는 것이 있다.
곧 전체성의 원리는 부분은 전체를 위하여 존재하며, 따라서 부분의 선은 전체의 선에 종속되고 전체는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부분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거나 부분을 처분할 수 있다는 원리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일부 신체나 장기 때문에 그 사람 전체에 해가 돌아온다면 이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그 일부 신체나 장기를 희생시킬 수 있는 권리가 그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고의로 자신의 신체에 대해 해를 가할 수 있는 권리는 없지만 일부 신체를 제거하거나 희생함으로써 그 사람 전체가 치료될 수 있다면 그 제거나 희생은 윤리적으로 정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러한 윤리 이론이 낙태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어 지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낙태 지지자들의 논변은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일에 대해 선택할 권리가 본인에게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 주장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는 생명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뱃속의 아기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그녀의 의지에 반하여 임신의 지속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있을 수 없고, 오로지 임신한 여성의 판단에 의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낙태지지자들의 낙태 옹호의 근거는 실제로 여러 가지이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뱃속의 태아가 산모를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게 하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낙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태아 때문에 산모에게 해가 돌아오기 때문에 산모의 선을 위해서는 당연히 태아가 제거될 수 있다는 논리이며, 이들의 이러한 주장이 전체성의 원리로 왜곡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성의 원리 적용은 반드시 한 유기체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이 내 자신의 선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전체성의 원리도 아니고, 그 어느 사회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산모와 태아는 엄연히 각기 다른 인격체임에도 어떻게 산모의 작은 선을 위해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할 수 있단 말인가? 사회 도덕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임신이 당사자의 미래에 큰 타격을 주고 비도덕적 인간으로 인식되기 쉽기 때문에 낙태를 통해 사회적 평판을 회복하고 불안한 양심을 해소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이 사회 전체를 점령하면서 이 사회는 점차 죽음의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가?
얼마 전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태아 살해로 구속되었는데, 그 의사는 임신 28주된 태아를 유도분만으로 출산시킨 후에, 울음을 터뜨리는 영아에게 독극물을 주사하여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 의사의 경찰에서의 진술은 더 충격적이다. 『낙태수술은 모든 산부인과에서 다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불가피할 경우 낙태를 법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독극물 외에도 태아를 유도분만 한 뒤 수술실 바닥에 엎어놓고 방치하여 호흡곤란으로 영아를 숨지게 했다고 한다. 태아에 대한 사형 선고가 과연 산모의 권리라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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