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도 지구촌에서 식량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재앙으로 맞이하고 있는 곳이 곳곳에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30% 이하를 맴돌고 있지만, 다행히 필요로 하는 양의 곡물을 제 때에 수입하면서 대부분의 국민이 배불리 먹고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려움이 다가올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미리미리 작성하여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난관에 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수단, 이디오피아, 소말리아, 북한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아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으로도 우리가 대비해야 할 방안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지난 세기 유럽의 아일랜드에서 있었던 감자 파동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국 옆에 자리잡고 있는 아일랜드는 북위 51∼56도에 위치한 면적 약 7만㎢에 약 350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 북유럽의 작은 나라이다. 그래서 옆에 자리잡고 있는 강대국인 영국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은 아픔을 지닌 나라이다. 그러나 그 정치적인 지배 못지 않은 큰 아픔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1845년∼1851년 사이에 있었던 감자파동이다.
감자는 아메리카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오들이 야생감자를 개량하여 오늘날과 같이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으로서, 소출이 대단히 많고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오늘날 독일,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감자를 주곡 중의 하나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른 봄에 씨앗을 심어 여름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수확하고 있다.
아메리카대륙에서 감자가 유럽으로 전달된 것은 16∼17세기 경이다. 아일랜드 주민들도 새로운 품종인 감자를 심어 수확해보니, 밀이나 귀리를 심었을 때보다 소출도 훨씬 더 많고 맛도 매우 좋았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각 농가에서 감자를 심어 나갔다. 서늘한 기온에 잘 자라고 소출이 좋은 감자 덕분에 자녀들도 배불리 먹일 수 있어서 250만 정도에서 고정되어 조절되던 인구도 늘어만 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구와 식량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늘어난 인구를 넉넉히 먹여 살리기 위해서도 감자의 재배면적을 늘여갔다. 그러다 보니 감자파동이 시작되던 1845년 무렵에는 인구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러다가 1845년부터 감자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너나없이 감자를 심어 전국 들판에서 거의 감자 단일 작물만 자라고 있은 탓이었는지 감자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 갔고, 감자의 소출은 해마다 떨어져만 갔다. 이 현상은 6년 간 지속되어 1851년에야 비로소 가라앉았다. 재앙이 시작되자 배표를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 중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신대륙으로 이민을 갔는데 그 수가 백만을 넘는다. 남은 사람들 중에서 이 기간 동안 굶어 죽어간 사람이 백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그래서 마침내 다시 원래의 주민 수로 돌아오는 것으로 안정되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전통적으로 신심 깊은 가톨릭 신자들의 나라인 아일랜드의 주민들은 배고파 울부짖는 아이에게 먹을 것을 마련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힘에 부칠 때에는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호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일랜드의 생태계 안에서 생긴 재앙은 앞에서 소개한대로 그 개체 수를 줄이는 것으로 정리되고 말았다.
지구의 생태계는 엄격한 질서를 가지고 있다. 생태계의 질서는 파괴되거나 변질되지 않는다. 생태계는 자신이 부양할 수 있는 수의 생명체들을 부양한다. 부양능력의 범위 내에서는 어느 한 개체의 수가 느는 것을 허용하고 도와주지만, 지나치게 불어나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부양능력에 초과되는 것은 가차없이 굶주림, 질병, 재해, 싸움 등으로 털어 내어 짐을 가볍게 하고야 만다. 인간이 생태계의 이러한 질서를 존중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것은 멀지 않은 시기에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을 키우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한반도 생태계 안에서 어떤 종류의 삶을 살아가고 있나. 머지않아 재앙을 초래할 삶인지, 지속가능한 삶인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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