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분의 이름이 브루스인지 성이 브루스인지 모른다. 그냥 브루스씨라고만 불렀다.
베이스 독창자인 그를 인스부르크 주교좌 성당 합창단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나이가 72세였다.
오페라 독창자로 있다가 퇴임하고 합창단에서 독창자로 노래를 하던 그는 1차 세계대전 때 다리를 다쳐서 한 쪽 다리가 약간 짧았다. 키가 대단히 크고 신체가 좋은 거구인데 아래턱이 길어 턱이 두 개로 보였었다.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그 분이 연습을 하면 성당 건너편 두어 집 넘어 안쪽에서 연습을 해도 성당 마당까지 쩌렁쩌렁 울렸었다.
브루스씨와 나는 연습실을 같이 사용했었다. 그곳은 아름다운 알프스의 한 자락 아래이고 옆에는 인(Inn)강이 흘러가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아주 큰 연습실이라 낡은 그랜드 피아노 한 대와 낡은 파이프 오르간 한 대가 앞뒤로 각각 있었다.
수업이 없는 날 나는 거의 이 연습실에서 하루종일 있었는데 아침에 갈 때 빵 2개, 치즈를 아주 많이, 그리고 통닭 반 마리와 콜라 1병을 가지고 갔다. 또 브루스씨도 11시50분에서 12시50분까지 감기로 아프지 않는 한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에 왔다. 이곳은 5층 목조건물 맨 위층이며 계단이 80개고 옛 건물이라 층계 사이가 많이 높았다.
그분이 오면 나는 뒤에서 식사를 하고 발성 연습을 듣다가 거의 엎드려 잤었다. 연습이 다 끝나면 으레 『수녀님, 이건 하나의 기적입니다. 내가 이렇게 큰 소리로 노래를 하는데 어떻게 잘 수가 있어요』라고 말하였고 『당신의 노래소리가 저에게는 자장가로 들려요』라고 대답을 했었다.
72세의 노인으로, 상이 군인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성대를 가꾸어 주님을 찬양하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실을 찾은 브루스씨의 집념과 예술 사랑 그리고 하느님 사랑에 나는 지금도 고개가 숙여진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