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어떠한 조건에서 행복을 느끼는가?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행복지수’에 대한 연구·조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각국 정부들도 ‘행복 선진국’을 기치로, 개인의 행복을 위해 국가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식을 적극 표명하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 체감 지수는 외국인들에 비해 크게 낮은 편으로 조사됐다. 행복 체감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게다가 소득 수준 상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 중 유일하게 ‘경제적 안정’을 행복의 1순위로 꼽는 일그러진 자화상을 드러냈다.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행복’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세우는, 전인적인 행복론을 확산하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영국 레스터 대학이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행복지도’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전체 순위 중 102위에 머물러 있다. 평소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경제적 후진국들보다 훨씬 낮다는 말이다. ‘행복지수’라는 용어는 지난 2002년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코언이 발표한 행복공식에서 처음 등장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한국인의 행복결정요인과 행복지수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감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6.78점에 머물렀다. 더욱이 2009년 OECD 통계연표(Factbook)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은 시간 일하면서도 여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률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18.7명으로 OECD 평균인 11.9명을 크게 웃돌았고, 전체 자살률도 3위였다. 여성 자살률은 1위를 보였다.
행복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다. 그러나 경제적 여유가 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소득 수준만으로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논하던 때도 지났다. 세계 각국이 국내총생산을 대체할 ‘국민행복지수’와 ‘국가웰빙지수’ 등을 개발, 연구 중이다. 이미 각종 조사를 통해 행복이 소득 순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행복학’ 연구자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경제발전과 행복은 관계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로널드 잉글하트 미시간대 교수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1만5000달러를 넘어서면 소득과 관계없이 행복지수가 비슷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행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통계와 과학적 연구도 늘었다. 유전자를 통해 행복을 해부하는 연구까지 등장했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행복과 불행을 따질 것이 아니라, 개인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에 대해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고대인들에게는 행복과 운명은 같은 의미로 여겨졌다고 설명한다. 이후 풍요와 번영이 행복의 상징이 됐던 때도 있었다. 중세 그리스도교인들에게 행복은 신에게 의탁하는 ‘구원’이었다. 르네상스 이후 합리적 이성에 의해 행복을 추구하면서부터는, 감성지수에 대해 더욱 관심을 높여왔다. 하지만 현대의 행복은 ‘돈’이 기준으로 나타났다. 돈과 젊음, 건강과 쾌락이 이 시대 행복코드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각계 관련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행복은 없다”며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열쇠는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정서를 끌어내고,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발휘하는데 ‘감사’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종교생활이 큰 역할을 한다는데 공감한다.
실제 ‘테레사 수녀 효과’는 사랑실천이 행복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테레사 수녀에 관한 영화나 책만 봐도 면역물질이 50%이상 증가한 연구결과도 그 일부분이다. 또 최근 미국 긍정심리학회 회원들이 1932년 노틀담수녀회 종신서원자들이 남긴 봉헌문을 분석, 긍정적인 사고와 수명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수도자들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같고 거의 유사한 생활방식을 보이기 때문에 정서와 수명의 관계를 살펴보기에 용이하다. 결과에 따르면 ‘감사’와 ‘기쁨’ 등 긍정적인 용어를 많이 사용한 활기찬 집단의 수도자는 90%가 85세까지, 무미건조한 집단에서는 34%만이 85세까지 생존했다. 나아가 활기넘치게 지낸 수도자들의 54%가 94세까지 살았지만 그렇지 않은 수도자들 중에는 94세까지 산 이들이 11%에 불과했다.
최근 교회 안팎에서 ‘행복 전도사’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는 행복에 관한 비뚤어진 의식과 관련해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공 지향적으로 살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나 문화적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철학의 부재로 행복에서 멀어지기 쉬운 모습을 보인다”며 “성공만을 추구하다 보니 막연히 행복의 빈자리를 느끼고 그것을 찾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차 신부는 행복하게 사는 법을 정리한 저서 ‘무지개원리’와 성경 안에서 찾은 행복코드 42가지를 설명한 ‘맥으로 읽는 성경’ 등을 펴낸 바 있다.
차 신부는 “일반 사회·심리학, 행복학 등은 현상에 접근해 통계를 내고 행복을 향한 법칙성을 찾아내지만 인간의 내면과 영혼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부족한 설명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전인적인 행복론, 궁극적인 행복은 복음 안에서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차 신부는 “교회는 행복을 향한 내·외적 프로그램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복음말씀과 신학을 강생시켜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구체적이고도 긍정적인 삶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후 펼치고 있는 ‘감사와 사랑 운동’도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제가 아무리 세상의 언어로 이야기해도 나의 말은 예수님이 가르치신 진복팔단의 내용을 다른 모양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진복팔단의 행복론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 무엇도 내 허락 없이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는 지침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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