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고인이 남긴 고귀한 유산은 우리 가운데서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다. 김 추기경의 삶과 신앙을 따르고자 하는 모습이 날이 갈수록 수그러들기는커녕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5일로 공식 추모기간을 마무리한 서울대교구가 김 추기경의 마지막 말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에 응답하고자 ‘감사와 사랑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단 서울대교구뿐 아니라 여러 교구에서 김 추기경의 뜻을 오늘에 되살려가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교회 차원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대구대교구가 4월 8일 교구 사회복지회 산하에 ‘생명 사랑나눔 운동본부’를 개설하면서 생명·사랑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나, 청주교구가 헌혈과 조혈모세포·장기 기증 등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자 교구 사회복지국 산하에 ‘한마음한몸운동부’를 설립키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생명나눔 헌혈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수원교구 한마음운동본부와 최근 ‘한생명운동’에 돌입한 대전교구의 행보도 우리 사회에 새로운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이 같은 흐름에 뜻을 더하는 마음으로 가톨릭신문도 서울대교구와 함께 ‘감사와 사랑운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이는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말씀인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를 기억하고, 김 추기경의 모범을 따르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김 추기경의 유지를 잇는 이 운동이야말로 고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정한 추모라고 생각한다.
‘감사와 사랑운동’이 제시한 5월 말까지의 실천사항은 ‘가족·직장 동료·친구 등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사랑 표현하기’와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하기’다.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말을 전하는 이 운동이 어쩌면 너무 단순하고 시시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쉽고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본다면 결코 쉽지만도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 우리의 삶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김 추기경의 삶에서 보아왔듯 조그만 사랑의 실천이 낳은 기적도 적지 않음을 안다. 김 추기경으로 인해 불붙은 감사와 사랑의 정신이 우리 사회를 환하게 비춰 또 다른 기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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