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으로서 신문의 기본적인 기능은 소식 보도다. 비판과 견제, 여론형성 기능 역시 막중하다. 90년대 이후 증면 경쟁과 CTS(자동화) 등 제작 시스템의 획기적인 발전과 변화에 따라 신문의 기능은 더욱 다양해지고, 독자들의 요구 또한 날로 깊어지고 있다.
언론의 기능 가운데 오늘날 더욱 강조되는 것이 ‘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이다. 인터넷 보급에 따른 IT환경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그 필요성은 더욱 증대된다. 자칫 익명성에 기댄 일방통행식 의견전달이나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글과 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커뮤니케이션과 언론의 제대로 된 소통 기능이 어느때 보다 막중해졌기 때문이다.
‘소통의 장’으로서의 기능은 교회 언론(신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소통의 장으로서 교회 언론의 기능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를 교회 언론의 ‘존재론적 상황’ 정도로 표현해두자.
교회 언론의 태생적인 지향점은 분명하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복음화’가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회 언론은 교회의 존재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 그것이 곧 언론으로서의 기능적 한계를 내포한다 해도 말이다. ‘복음화’란 교회 밖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와 교회구성원들의 신앙을 도모하는 일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여기서 몇가지 난제가 등장한다. 우선 복음화 대상들과 접촉하는 방식과 내용에 관한 문제다. 다양한 기획과 심층보도로 그 요구에 응답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양과 질 모두 실상은 그리 만족할 것이 못된다. 그럼 교회 언론이 소통의 장으로서의 기능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 답 역시 분명하다.
신문사에 있으면서 가끔 볼멘 소리들을 듣는다. 교회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방통행 그만하고 소통의 장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부족하고 못난 점을 일러주는데야 무어라 말할게 없다. 여기서 교계(敎階)니, 편집권의 독립 운운할 일도 아니다. 서로 뻔히 알면서도 그런 소리는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속상한 것은 자신들의 신념과 성향만이 옳다는 억지다. 오로지 그러한 호(好) 불호(不好)에 따라 상대를 평가하고 주문할때다.
“교회 언론(신문)이 본질적 기능인 소통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비판기능을 상실하고 일방적인 전달에 머문다”는 지적은 따갑다. 그러나 현장에선 늘 고민의 연속이다. 어떤 판단과 선택이 더 ‘교회적’인가 하는 고민이다. ‘교회적’이란 말은 호교론적 입장과는 차원이 다른 말이다. 물론 그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그래도 언론으로서 교회신문의 기능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지난달 말 인터넷신문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가 창간됐다. ‘가톨릭 대안언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다고 한다. 지난 80년대말께부터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니 20년만에 결실을 거둔 셈이다. 한국교회 안에도 더욱 다양한 목소리들이 들려야 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오래전 필자는 ‘교회 언론의 진퇴양난’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건전한 비판이 용인되지 않는 곳에서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잘못했다’는 말 보다 ‘잘했다’는 말이 넘쳐나는 언론, ‘고쳐보자’는 말 보다 ‘자랑스럽다’는 말이 넘치는 언론이 과연 얼마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을런지.”
새 매체의 탄생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교회 내부의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에 좋은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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