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취재했던 수원교구 이천 모전동본당 남윤호군의 어머니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윤호는 급성림프종으로 고통과 힘겹게 싸우고 있던 아이였다. 윤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그의 소식을 묻던 기자는 덜컥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어린 천사가 취재 후 사흘만에 하느님 곁으로 떠나갔다는 것이다.
기자가 윤호를 만난 것은, 모전동본당 신자들이 본당의 한 어린 생명을 위해 가슴 따뜻한 사랑의 나눔을 실천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후였다. 모전동본당 신자들은 직접 만두를 빚어 판매 수익금으로 윤호의 병원비 일부를 마련했다. 일주일마다 불어나는 병원비를 보험 등으로만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터에 본당 신자들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작은 본당의 공동체를 위한 나눔 실천은 지금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농어촌이나 환경이 어려운 작은 본당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많지만 신자 구성비 중 노인 인구가 많아 이러한 처지의 본당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재정을 따로 확보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반대로 도심의 큰 본당들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예산 마련에는 지방 소규모 본당보다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신자 수가 많고 본당 활동에 무심한 경우도 많아 주위에 누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차 모를 때도 적잖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모전동본당이 보여준 나눔의 불씨가 또 다른 대상으로 옮겨 붙도록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내 주변, 이웃 본당, 다른 지역, 다른 교구의 어려움까지 돌아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어린 천사는 떠났지만 그는 우리에게 사랑과 나눔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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