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교단 초청 ‘소공동체 연수’가 4월 14~22일 수원 아론의 집과 제주도 서귀포 KAL호텔 등지에서 열렸다. 이번 연수에는 독일에서 밤베르그대교구의 쉬크 대주교를 비롯해 5명의 보좌 주교와 관계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필리핀 부투안교구의 푸에블로 주교 등 아시아 주교 및 관계자도 6명이 참석했다.
이들 앞에서 한국교회 소공동체 전문가들은 소공동체의 원리와 적용에 대해 설명했다. 효과와 비전 등에 대해서도 높은 신학적 식견을 전달했고, 그동안의 경험에 대해서도 소상히 안내했다. 소공동체 현장의 활기찬 나눔과 친교의 모습도 보여줬다. 이에 독일 주교단 및 참가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급기야는 “독일교회에 당장 적용하겠다”는 응답이 터져 나왔다.
참으로 감동적이다. 보편교회에 한국교회가 기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 물적, 영적, 신학적 차원에서 받기만 해온 한국교회가 이제 주는 교회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일이 아니다. 소공동체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한국교회 사제단 안에서 아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제들마다 소공동체에 대한 규정과 인식이 다르다 보니, 본당 소공동체의 운용도 천차만별이다. 소공동체를 본당 사목을 위한 실용(實用)적 차원에서 보느냐, 아니면 작은 교회의 구체적 실현(實現)으로 보느냐는 아직도 논란거리다. 실용과 실현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해 보인다.
이번 독일 주교단의 한국 방문은, 최근 한국 불교가 쇄신 작업의 단초를 미국 불교에서 찾고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미국 불교가 불교의 원래적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해 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래된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 또한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그 자체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유럽교회에서 볼 때 한국교회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교회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한국교회가 그만큼 새롭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새롭게 깨어 있을 때, 한국교회도 유럽교회에 선물로 다가갈 수 있다.
이번 독일 주교단 초청 소공동체 연수는 역설적으로 한국교회에 ‘새로운 교회됨’을 요청하고 있다. 새로운 교회됨의 첫 걸음은 독일 주교단이 말했듯 ‘소공동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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