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제가 일하는 환경사목위원회에서 첫 번째 가톨릭에코포럼을 열었습니다. ‘생태위기 시대와 가톨릭교회’라는 주제였습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가톨릭교회의 창조보전운동실천에 대한 발표 한 꼭지를 맡아 우리 교회의 창조보전운동을 함께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멀리는 영광핵발전소 반대운동부터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三步一拜), 그리고 지난해 한반도 대운하 반대운동까지 참 많은 환경운동에 우리 교회가 함께 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90년대 가톨릭농민회 생명?공동체운동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 나름 창조보전을 위한 일들을 꾸리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포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내가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 교회 내 실무활동가들은 3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스갯소리로 ‘3D업종’이라고도 합니다. 활동비는 적고 할 일은 많고 주말도 잘 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창조보전운동은 느림과 쉼이 중요한데 정작 실무자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일에 떠밀려 한해 한해가 너무도 빨리 지나 가고 소진되어 때론 그만두기도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꿈’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몰래 꾸는 꿈이 하나 있습니다. 적당한 때가 되면 도시가 아닌 농촌으로 가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못할 정도로 작게 이름 적어놓은 민박집을 꾸려 삶에 지쳐, 일에 지쳐 홀로 찾아오는 사람들과 함께 푹 자고 맛있게 먹고 천천히 사는 꿈입니다.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잔 뒤 보글보글 맛난 된장찌개와 장아찌로 아침밥을 먹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필요하면 동네를 걷고 자전거를 타고 텃밭을 돌보고 또 멍하니 하늘과 산과 바다를 바라보며 그냥 있는 겁니다.
그날 발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는 다시 이 꿈을 떠올렸습니다. 꿈은 이루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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